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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특수?…벌써 추석선물 사전예약 "법 시행전 마지막 대목"

평균 사전예약일 백화점 25일·대형마트 36일
"사전예약 판매 비중 증가탓"

[편집자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유통업계가 지난해보다 열흘 가까이 서둘러 명절 선물세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올 추석이 지난해에 비해 2주가량 이른데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리 선물을 준비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들은 지난달 말부터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에 돌입했다. 지난해에 비해 열흘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그 기간은 평균 36일에 달한다. 그중 이마트는 가장 긴 38일로, 1993년 오픈 이후 처음으로 7월부터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백화점들도 일찌감치 선물세트 판매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2일 가장 먼저 사전 예약을 진행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4일부터 28일까지 25일간 예약을 받는다. 

행사 기간이 앞당겨진 배경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사전 예약 판매 비중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사전 예약 상품의 판매 신장률은 2014년 48%에서 지난해 98.4%로 크게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신장률이 38.9%에서 54.5%로 늘었다. 이마트의 경우 사전 예약 상품의 매출 비중은 2014년 11%에서 지난해 15%로 증가했다. 

업계는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알뜰한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을 사전 예약 판매 증가의 이유로 꼽았다. 사전 예약 상품은 명절 기간에 비해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된다. 또 올해 비교적 빠른 추석으로 인해 사전 예약 기간과 휴가철이 일부 겹치면서 행사 기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사전 예약 판매 실적은 명절 기간의 전체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며 "사전 예약 상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보다 앞당겨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비롯한 32개 점포에서 오는 25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를 진행한다. 2016.8.3/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비롯한 32개 점포에서 오는 25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를 진행한다. 2016.8.3/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9월15일인 올 추석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마지막 명절'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기 전인 7월 말~8월 초부터 미리 명절 분위기를 조성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9월28일부터 적용되는 김영란법은 선물 금액을 '5만원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년 설부터는 5만원이 넘는 선물을 주고 받을시 법규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소비 심리가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올 추석이 사실상 마지막 대목인만큼 기간을 늘려 판매를 장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 선물세트를 주로 취급해 왔던 백화점 업계에서는 수요를 짐작하기 위해 5만원 미만의 상품 물량을 늘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5만원 미만 상품의 물량을 30%가량 늘렸고 현대백화점도 관련 상품 물량을 20% 늘릴 예정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00만원이 넘는 선물세트 등을 취급해 왔던 백화점의 경우 올 추석은 주요 고객들의 수요를 알 수 있는 시기"라며 "반면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마트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구성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우·굴비 등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련했다는 게 백화점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김영란법 특수'를 감안해 늘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비 심리가 일찍이 위축될 수 있어 수요를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특별히 물량을 더 준비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김영란법 합헌 결정 등으로 고가의 선물을 벌써부터 꺼리는 분들이 많다"며 "올해 수요를 예측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 추석 역시 사전 예약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거 기업이나 법인에서 대량 구매를 위해 사전 예약을 이용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만큼 올 추석 사전 예약 판매량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전 예약 매출의 비중인 2014년 7.5%, 2015년 8.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올해는 1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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