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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처우개선?…'1년 미만' 임용 예외규정 신설

교원이면서 1년 지나면 자동해지…신분보장 후퇴
'책임수업시수' 제한없어 대량해고 우려 더 커져

[편집자주]

서울대 성악과 강사들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및 대학노조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본관 앞에서 가진 강사법 핑계 서울대 음대 강사 집단해고와 오디션 철회 촉구 천막농성돌입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서울대 성악과 강사들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및 대학노조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본관 앞에서 가진 강사법 핑계 서울대 음대 강사 집단해고와 오디션 철회 촉구 천막농성돌입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교육부가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종합대책안을 내놓았지만 시간강사들은 여전히 알맹이는 빠지고 대학 입장만 반영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사법은 2011년 국회를 통과한 이후 시간강사들의 반대로 3번이나 법 시행이 유예된 적 있어 이번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부장관 자문기구인 '대학 강사제도 정책자문위원회'는 9일 '대학 강사제도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자문위의 종합대책안을 바탕으로 이달 중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교육부 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책안은 먼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하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기존 강사법과 같은 내용이다.

다만 임용기간이 지나면 당연퇴직하도록 했다. 또 '1년 미만' 임용할 수 있는 예외규정을 강사법에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 교육과정 운영상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취지라는 게 자문위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대학 출석 강사(학기당 6~8시간) △계절학기 수업 담당 강사 △기존 강의자의 퇴직·휴직·징계·파면 등에 따른 대체 강사는 '예외 사유'로 인정해 1년 미만 기간으로 임용해도 된다. 

임용기간 중에는 본인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면직이나 권고사직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있다. 신분 보장을 위한 조치다.

강사의 임무는 학생 교육에 한정했다. 대학이 강사제도를 악용해 강의를 맡기면서 학생 취업지도나 논문 제출까지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막기 위해서다.

책임수업시수를 따로 정하지 않은 것도 기존 강사법과 달라진 점이다. 전임교원처럼 책임수업시수를 정하면 강사 1명에게 강의를 몰아줘 나머지 강사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대책안에는 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국립대 강사의 시간당 강의료를 매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국립대 시간강사 강의료는 2010년 4만2500원에서 2011년 6만원, 2012년 7만원, 2013년 8만원으로 올랐지만 이후 동결됐다. 올해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 3.5%를 반영해 8만2800원으로 인상했다.

앞으로도 매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은 강의료 단가를 올려주자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평균 3%다. 교육부는 3% 인상률을 반영해 올해보다 33억원 증액한 1123억원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남궁근 자문위원장은 "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강사 임용의 공정성이라는 입법 취지는 살리되 현실에서 수용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정작 시간강사들은 교원 신분보장을 위한 알맹이는 빠지고 사용자인 대학 입장만 반영했다며 반발한다. 대표적인 후퇴 사례가 1년이 지나면 당연퇴직하고 책임수업시수를 따로 정하지 않은 점이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1년 지나 계약이 자동해지되면 재임용 심사를 할 필요가 없어져 소청심사권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소청심사권이 있어도 재임용이 안 되는 마당에 그걸 아예 법에 명시했으니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또 "책임수업시수를 정하지 않으면 전임교원의 법정 수업시수인 9시간보다 많은 12시간, 15시간 강의를 맡겨도 된다"며 "그렇게 되면 한 사람에게 강의를 몰아줘 대량해고를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처우개선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대책에는 국립대 전업강사들의 강의료를 해마다 3%가량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사립대 강사들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자문위는 사립대 시간강사들을 위해 '강의장려금 지원사업'을 신설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 반대로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빠져 실현 가능성이 낮다. 사립대 강사들에게 교재와 참고서적, 복사비 등 교육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가 414억원을 기재부에 요청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임 위원장은 "최대 강의시간을 제한하지 않아 대량해고 우려는 그대로이고, 그나마 살아남은 강사들은 1년 미만 기간으로 임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년 임용된다고 해도 1년이 지나면 계약이 자동해지된다"며 "교원 지위 보장은 기존 강사법보다 후퇴했고 처우개선도 노력한다는 것 외엔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종합대책안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확정한 뒤 2018년 1월1일 시행 예정인 강사법을 보완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정부입법으로 할지 의원입법으로 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강사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번에도 진통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한 법이다. 신분보장도 처우개선도 제대로 안 된다며 시간강사들이 반대한 게 법 시행이 3번이나 유예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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