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檢 "롯데일가 '이익 빼먹기' 최대"…김수남 '구속' 결단(종합2보)

신 회장 경영권 갖고 알짜사업·월급 가족에 분배
신동빈 174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실형 사안"

[편집자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DB)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DB)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6일 간의 장고 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결단한 것은 롯데 총수 일가의 '이익 빼먹기' 등 기업 운영 행태가 최근의 기업 비리 중 가장 죄질이 나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영장 청구에는 롯데 총수 일가가 사실상 '가족기업'으로 롯데를 운영하며 급여 수령이나 이권에 개입, 이익을 나눠먹은 행태를 단호히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신 회장이 경영권을 갖는 대신 나머지 가족들이 급여를 수령해 이득을 취하는 등의 가족간의 '암묵적 거래'를 단죄하려는 성격도 강하다.

검찰은 총수 일가가 회삿돈을 급여나 알짜사업을 빼돌려 1300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그동안 대기업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회삿돈을 빼돌린 것과 관련한 검찰 수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이같은 총수 일가의 행태는 김 총장이 구속영장을 결단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기업수사에서 총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수사팀의 사기 저하와 내부 반발은 물론 검찰 스스로도 실패한 기업 수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구속영장 청구 요인 중 하나다.

검찰의 기업수사는 검찰 내 특수부 등 수사력을 총 집중하고 몇 달간 걸쳐 진행되는 만큼 수사의 성패가 총수의 구속 여부로 평가되기도 한다. 더욱이 재계 순위 5위 롯데에 대한 수사는 김 총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진 대기업 수사였다.

또한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경우 향후 유사한 기업 수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이에 따라 신 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원칙에 따라 영장을 청구했다는 '명분'을 얻는 쪽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긍정적, 부정적 요소를 놓고 수사팀 나름대로 또 대검찰청과의 심도있는 논의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신 회장을 포함한 롯데 총수 일가는 일본에 연고가 있고, 과거 대선자금 수사 때도 일본으로 출국해 들어오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같은 전례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실형 사안이 된다고 봤다. 또 도주 가능성, 증거인멸 가능성 등도 있다는 취지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 등 그룹 총수 일가를 국내 계열사 임원으로 거짓 등록시켜 총 500억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 수령하도록 도왔다는 혐의(특경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신 회장 일가가 지난 10년간 롯데 계열사에서 급여로 수령해 간 돈은 총 2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 회장은 롯데피에스넷의 손실을 감추기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를 동원해 회사에 4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의 셋째부인 서미경씨(56) 등에게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77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신 회장의 1740억원대 횡령·배임규모, 과거 재벌수사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신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청구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앞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각각 1600억원과 19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증거인멸도 수사 초기부터 불거지면서 정당한 사법처리를 위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롯데 측은 경영공백 등을 우려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일본 롯데그룹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하는 상황을 특히 우려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신 회장 구속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이나 그룹경영에 빚어질 차질 등을 우려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고려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도주 우려·실형 선고 가능성 여부 등과 상관없이 대상자의 사회적 입지를 고려한 최근 법원의 영장 관련 결정 추세를 놓고서도 고민을 거듭해왔다.

한편,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를 밟는 가운데 먼저 구속기소된 신 이사장을 포함해 신 회장,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서씨 등 그룹 오너 일가 전원이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등 나머지 총수 일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