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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부부 동의했다면 남편 친자"

남편 "동의 없었다" 주장했지만 안 받아들여져

[편집자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다른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낳은 자녀에 대해 법원이 친생자 관계를 인정했다. 남편은 자신의 동의 없이 이뤄진 인공수정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수석부장판사 허부열)는 아버지 A씨가 자녀 B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결혼한 A씨는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갖기로 하고 1990년대 초반 자녀 B씨를 얻었다.

그런데 A씨는 부인 C씨와 갈등을 겪어 협의이혼하기로 결정했지만 협의이혼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자 소송을 냈고 결국 지난해 조정이 성립됐다.

소송 전에 작성됐던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서에는 'A씨가 성년인 B씨에 대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B씨는 자신이 A씨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A씨와 C씨가 이혼 때문에 싸우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자 A씨는 B씨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며 지난해 법원에 친생자 관계 부존재 소송까지 냈다.

A씨의 주장은 C씨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출산하는데에 동의한 사실이 없으며 묵인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는 남편이 동의한 경우에 한해 민법 규정에 따라 아버지의 친생자로 추정된다"며 "아버지는 친생부인권도 행사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을 무렵 C씨가 인공수정으로 임신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 점, A씨가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출생신고를 마친 점, B씨 출생기록에 붙어 있는 서류에 '체외수정'이 적혀 있는 점, 인공수정 절차상 배우자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C씨가 B씨 몰래 임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씨의 동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을 내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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