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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최씨 부녀 연결고리 '종교?'…24년전 일기 보니

에세이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종교적 표현 곳곳
외부활동 삼가던 시기 일기 모아 1993년 책 출간

[편집자주]

박근혜 대통령의 저서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표지. © News1
박근혜 대통령의 저서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표지. © News1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그의 아버지 고(故) 최태민씨,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이의 인연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과거 일기에 유독 종교에 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씨가 지난 1970년대 불교와 기독교, 천도교 등의 교리를 모아 스스로 '영세교'의 교주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일기를 모아 낸 책에서 다양한 종류의 종교적인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어 그 연관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993년 출판된 박 대통령의 저서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은 1989년 1월부터 1993년 7월까지 자신이 쓴 일기를 엮어 낸 에세이집이다.

해마다 소제목이 붙어있는데 1989년은 '10년 만에 불러 본 아버지'로 주로 기념사업에 관한 소회와 사람 사이의 '배신'에 관한 언급이 많으며, 1990년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심신의 고통에 대한 토로가 잦았다.

반면 1991년 '40의 나이에 돌아본 나' 이후 1992년 '깊이 뿌리 내린 마음의 평화'는 특히 종교적인 수양이나 공부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예언이 있다는 것. 또 그것대로 일이 이루어진 예들을 볼 때 역사와 인간의 운명도 모두 다 천명에 따라 각본에 따라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다 정해진 것을 인간들이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질없이 무리를 하다가 결국 인생의 패배자가 되고 만다."(1991년 2월22일, 책 93쪽)

"신 앞에 인간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고, 역사에 이름이 남았으면 어떻고, 안 남았으면 또 어떠하며, 아무리 위대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긴 역사의 흐름 속에 얼마만한 비중이 있겠는가. 하늘이 일을 시키시면 그 일을 충실히 묵묵히 완수하여 하늘을 기쁘시게 하고 자기 생을 충실하게 하는 것으로 보람과 기쁨은 충분한 것이다."(1991년 7월12일, 책 110쪽)"

지난 1979년 6월10일 서울 한양대 교정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음 제전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다니는 모습의 동영상을 지난 29일 공개했다. (뉴스타파 캡처) 2016.9.30/뉴스1

"불교도에 있어서 각자(覺者)란 생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고 그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했다. 도교도(道敎徒)도 사람이 흐름을 역행해서는 안되며 그의 행동을 그것에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의 움직임과 우리 인생은 일맥 상통하는 데가 있고 모든 성현들의 가르침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느껴진다."(1992년 9월29일, 책 176쪽)

"최고의 지혜란 바로 바름이다. 이 지혜를 하늘은 각 시대를 통해, 성인들을 통해 누누히 계시해 주셨는데도 잘난(?) 인간들은 그것을 귓등으로 듣고 무시하면서 오히려 그 바름의 반대편에서, 또는 다른 데서 그 지혜와 평안을 찾으려 한다."(1992년 11월11일, 책 218쪽)

이 책에 실린 일기가 쓰여진 시기는 박 대통령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한 기념사업을 조용히 진행하면서 외부 활동을 삼가고 은둔했던 시기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6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일 당시 '박 대통령이 1984년 성북동 집을 팔고 최씨가 살고 있는 삼성동으로 이사온 뒤 최씨 사망 시까지 근처에 살았으며, 1994년 사망할 당시까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돈을 대줬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는데, 이와도 일부 겹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책 출판을 계기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와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1993년 11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국선교단은 교파를 초월해 나라를 위해 일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니 이를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최 목사님은 구국선교단 때부터 줄곧 저를 도와주셨고 책임도 맡아 앞장섰던 분이라 특별히 표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최근 최씨의 딸 최순실씨가 국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직접 나서 해명하고 대국민 사과도 했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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