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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끝판왕' 이영복 엘시티사업 어떻게 가능했나?

[편집자주]

해운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500억원 이상의 회삿돈을 빼돌린 후 잠적한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11일 오전 3시20분께 부산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9시께 서울 R호텔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된 이후 부산으로 압송됐다.2016.11.11/뉴스1 © News1 김항주 기자
해운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500억원 이상의 회삿돈을 빼돌린 후 잠적한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11일 오전 3시20분께 부산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9시께 서울 R호텔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된 이후 부산으로 압송됐다.2016.11.11/뉴스1 © News1 김항주 기자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이영복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가 검찰에 붙잡히면서 기존에 제기됐던 해운대 엘시티사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영복 회장(66)은 외부에는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주로 고위 정관계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스폰서를 자처하거나 로비를 전방위로 벌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엘시티사업 추진을 위해 정관계와 관련 기관을 상대로 거액의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추정됐던 이 회장이 지난 10일 오후 검찰에 붙잡히면서 조사 과정에서 과연 누구의 이름이 거론될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항간에는 MB정부와 친노 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하는 조건으로 검찰에 자수했을 것이라는 소문마저 떠돌고 최순실 사태에 대한 물타기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이 회장이 수사 과정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현 시국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시티사업은 2007년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가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 '4계절 체류형 관광지'를 테마로 내걸고 민간사업자를 공고하면서 시작됐다.  

이 회장이 사업권을 따낸 이후 해안가와 맞닿아 주거시설이 금지됐던 중심지미관지구는 일반미관지구로 부지용도가 변경됐고 부산시는 2009년 12월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해운대 관광리조트에 주거용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도록 승인했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환경 전문가들은 해운대 엘시티사업 시행 초기부터 특혜와 편법으로 둘러싸였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지만 각종 규제는 하나둘 풀려갔다. 

엘시티는 인허가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항목이 빠지는 것은 물론 바다 조망권을 해치지 않도록 관광시설용지 건물높이를 60m로 제한했던 규제마저 중심지 미관지구 지정을 해제하면서 101층짜리 고급 아파트와 7성급 레지던스 호텔로 탈바꿈했다.  

허무맹랑하게 여겨졌던 사업이 도시계획조례까지 개정하면서 가능해지고 포스코건설까지 시공사로 끌어안자 주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엘시티사업에 참여했을 당시 한창 기업실적 악화와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포스코건설이 사업비 2조 7000억 규모의 엘시티사업에 뛰어들자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엘시티사업의 특혜의혹과 관련해 행정 소송과 검찰 수사를 촉구했던 부산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특혜로 시작해서 특혜로 끝났을 정도로 특혜의 끝판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엘시티사업은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데도 (이영복 회장이)규제를 하나씩 풀어가더라"면서 "그 (로비)영향력은 저희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국토교통위나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나 청탁을 했을 걸로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조례가 바뀌지 않았더라면 중심미관지구였던 그곳에 주거용 아파트를 결코 지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엘시티와 관련해 언론의 논조가 바뀐 지도 얼마 안됐다"며 "어느 순간 최순실 사태처럼 무언가 풀린듯이 이 회장의 수사와 체포관련 소식이 쏟아지고 비판기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일성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2년 '해운대 관광리조트의 도시정치학' 논문까지 발표하며 "이 사업은 탐욕과 불의 그리고 공모가 결탁한 대표적인 도시개발사업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부산참여자치연대와 부산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행정소송를 벌였고 2010년 수사의뢰를 하면서 부산지검에서도 엘시티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2011년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로 결론이 났고 2012년 엘시티 내부자 고발로 진행됐던 두 번째 검찰 수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 사건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부에서는 MB정부 쪽이나 친노인사가 관련자로 거론된다고 하는데 엘시티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토건세력과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처벌부터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처장은 "이영복 회장은 로비가 목적이 아니라 엘시티를 건설하고 그 특혜를 누리는 게 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관련자 모두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정관계 유착부터 밝혀내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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