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與 비주류, 탄핵 대열서 이탈…어정쩡한 속내 어떻길래

헌재서 시기·인용 불확실성 우려…보수층 정서 부담
"합의 안되면 9일 탄핵"이라지만 한계 고스란히

[편집자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6.1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6.1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도 헌법재판소에서 빨라야 4월 말에 결론이 난다. 시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고 결론을 장담할 수 없다. 여야가 박근혜 대통령 4월 퇴진에 합의해 퇴진시키는 게 국정 안정을 위한 최선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대오에서 이탈하는 새누리당 비주류의 변이다. 비주류가 박 대통령 즉각 탄핵을 유보하면서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기단축(조기퇴진)을 포함한 거취를 국회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국회로 공을 넘겼다. 즉각 야권은 박 대통령이 거취 문제를 여야 공방 대상으로 미루면서 시간을 벌려는 꼼수를 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주류는 크게 흔들리는 듯하다. 일단 야당과 퇴진시기에 대해 협의를 해봐야한다는 의견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다 1일 새누리당 비주류는 비상시국위원회 회의를 통해 "4월말 퇴진에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에게 제시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박 대통령 3차 담화 후 이틀 간 침묵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긴급 회동을 하고 이런 의견을 개진했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4월말 퇴진으로 여야가 합의하면 탄핵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비주류 측은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9일 탄핵안 처리에는 그대로 참여하겠다면서 탄핵카드 역시 유효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이 9일에도 유지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비주류가 즉각 탄핵을 유보하자, 일사천리로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주류는 대통령의 3차 담화 후 당내 탄핵 동력이 약해져 가는 데다, 국회가 탄핵을 가결해도 헌재의 인용판결이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한 의원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헌재에서 탄핵을 기각할 경우의 국정 혼란을 감안하면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을 4월에 퇴진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데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과 공조해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지지층에서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통령 3차 담화 후 보수층에서는 "대통령이 국회가 시기만 합의하면 물러나겠다는데 굳이 탄핵을 하느냐"는 여론이 일었고, 비주류 의원들에게 직·간접적인 압박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정국 이래로 34일 간의 칩거를 깨고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했다. 이 역시 '샤이 박근혜'라고 표현되는 보수 지지층의 여론이 있기에 가능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비주류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의도대로 수(數)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을 거부하고 즉각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국민의당은 "여당 비주류가 빠져 부결이 뻔한 탄핵은 안된다"고 나왔다.

늦어도 9일까지 탄핵을 처리한다는 일정과 탄핵 공조가 여당 비주류의 이탈로 인해 도미노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비주류 측은 "여야 협상이 불발되고, 박 대통령도 퇴진 시기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는다면 9일에 그대로 탄핵에 동참한다"(비상시국위 대변인 황영철 의원)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탄핵 동력이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탄핵안이 순조롭게 통과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퇴진시기 관련 협상을 거부하는 야당을 유인할 방안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선 '질서있는 퇴진'이라는 명분으로 비주류가 박 대통령, 친박계와 보조를 맞추는 형국이 전개되면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질서있는 퇴진'에 대한 여야 합의가 난망한 게 뻔한데 비주류가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것이 촛불 민심을 읽지 못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