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가까스로 분당 막았지만…친박·비박,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대통령 4월말 퇴진 당론 채택…화해 모드
"서로를 포용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려" 시각도

[편집자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2016.1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분당 기로에 섰던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3차 담화 이후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며 화해 모드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4월 대통령 퇴진-6월 조기 대선'이라는 카드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극강 대립을 보여온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非박근혜)계가 돌연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일부 전·현직 의원이 탈당을 강행하고 친박계에서는 "안되면 이혼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 등 분당을 기정사실화했지만 비주류가 탄핵 대오에서 이탈하면서 다시 손을 맞잡는 모습이다.

장내·외에서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며 날선 대치를 이어온 친박과 비박 양 계파는 1일 의원총회를 계기로 뭉치기 시작했다. 탄핵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야권과 '공조 모드'를 취해온 새누리당 비주류가 '2일 탄핵 불가'로 대오를 이탈하면서다.

비주류는 탄핵안을 유효한 카드로 한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맡긴 만큼 여야가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권 등에서 대통령의 담화를 '시간을 벌려는 꼼수' '무책임하게 공을 국회로 넘겼다'라고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건 그것대로 비판을 하더라도 협상은 시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탄핵안 발의·표결보다 국회에서 4월30일로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못 박는 것이 퇴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탄핵 불가피론'을 가장 먼저 불 지핀 비주류 핵심 김무성 전 대표는 1일 "4월 말로 대통령의 퇴임 시기가 정해지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발 물러났다. 다른 핵심축인 유승민 의원 역시 "여야 협상이 잘되면 탄핵 가능성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주류는 '흔들리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탄핵 의결 정족수는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며 "잘못된 추측은 자제해야 한다"고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친박계는 비주류의 이 같은 '후퇴' 결정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치켜세웠다. 친박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탄핵 방어와 함께 분당 사태도 일단 모면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친박과 비박이 강하게 대치해온 사안인 지도부 사퇴도 어느새 쏙 들어갔다.

친박계 한 의원은 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탄핵이 성사되면 새누리당은 분당으로 가지만 4월 말 퇴진에 동의하면서 분당은 막게 됐다"고 했다.

비주류의 선택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탄핵 동력 상실과 함께 탄핵으로 인한 역풍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3차 담화 후 보수 지지층에서 "굳이 탄핵까지 가야 하는가"라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고, 비주류도 이를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탄핵을 가결해도 헌법재판소 인용판결이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현실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에 속한 한 중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탄핵을 발의하더라도 과연 탄핵이 (가결) 되겠는가"라며 "대통령이 확실히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퇴진 의사를 밝혔으니 이제 탄핵은 접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친박-비박의 화해무드가 지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분당 위기로 치닫는 과정에서 양쪽 모두 치유할 수 없을 만큼의 상처가 이미 난 상태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어느 한쪽이 완전히 꼬리를 내리지 않는 이상 상처를 봉합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비주류 측이 여야 협상 마지노선을 8일 밤 12시로 잡고 이때까지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시 야권과 공조해 탄핵을 표결처리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또 다른 변수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다. 친박-비박 동수로 구성된 6인 중진협의체가 중심이 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고 비주류에서 위원장을 추천하는 데까지는 의견일치를 본 상황이다.

이 안을 강성 친박까지 받아들인다면 문제가 없지만 거부할 경우 양측의 갈등은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탄핵안이 가결되고 비주류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심리적 분당사태까지 갔던 친박계와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