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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비대위' 160일…존재감 뚜렷, 탄핵연기 뭇매도

'원맨쇼'로 당 안정·정국주도…'독단적' 비판도
5일 중앙위서 차기 선출…원내대표직은 지속

[편집자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5일 취임 160일 만에 막을 내린다.

4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5일 중앙위원회에서 새 비대위원장이 공식 임명되면 원내대표직만 유지하게 된다.

창당 뒤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4·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태 이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직하며 명실상부 '원톱'이었던 박 위원장은 당을 빠르게 안정시키며 38석에 불과한 제3당의 존재감을 정치적 경륜으로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때로는 '원맨쇼 리더십'으로 인한 독단적 결정으로 당내에서 비판이 일었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에선 가장 먼저 탄핵 추진 당론을 정하고도 '9일 표결'을 고수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홍보비 파동' 책임을 지고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동반사퇴한 뒤 당 위기 수습을 위해 지난 6월29일 비대위원장에 추대됐다. '정치9단'이 당을 안정시키고 신생정당 기틀을 잡아달라는 요구에서였다.

그는 당 쇄신을 위해 의원총회에서 정례 당무-회계보고를 하도록 하고, 제2의 창당을 기치로 당헌당규 제개정작업에 주력해 정당사상 처음으로 전당원투표제 도입 등 결과물을 만들었다.

조직도 뼈대를 갖췄다. 전국 264개 지역구 중 229개 지역 위원장 선임이 마무리됐고, 각종 특별위원회가 신설돼 각종 현안 대응이 가능해졌다. 지난 4월말 3만명 안팎이던 당원은 14만여명까지 늘었다.

야당으로는 이례적으로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고, 미세먼지, 저출산 고령화, 전기료 누진제 개편 등 정책을 주도하며 '선도정당'의 모습을 구축하는데도 힘썼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하루도 빠짐없이 비판하며 압박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우병우 코끼리 136일 동안 바늘 찌르기로 해임 및 검찰 수사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는 김종필 전 총리와의 만남을 주선하며 띄우기도, 박 대통령 탄핵일정 등과 관련해선 엇갈리기도 하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한편으로는 박 위원장 특유의 리더십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다.

비대위원장-원내대표 겸직과 관련해선 당내 호남 의원들로부터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정운찬 전 총리 등 외부인사 영입을 위해 부심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단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지난 1일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시기를 두고 '2일 표결'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에 맞서 '9일 표결'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비판에 맞닥뜨린 점은 '막판 내상'이라 할 만하다.

이후 야3당 원내지도부 회동을 통해 결국 '9일 표결'이란 결과를 낳았지만 민주당보다 먼저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하고도 '탄핵을 일주일이나 미뤘다'는 비난여론에 아직도 시달리는 형편이다. 그는 항의문자가 쏟아지자 끝내 휴대폰번호를 바꿨다.

당과 원내의 사령탑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박 위원장은 오는 9일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는다.

박 위원장은 이날 "대한민국 위기 상황에 퇴임하는 제 심정은 매우 무겁고 착잡하다"며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수 있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다만 박 위원장은 원내대표직은 유지한다. 그는 내년 1월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는 5일 열리는 중앙위에서는 비대위에서 추대한 김동철 의원 인준 관련 안건이 상정된다. 김 의원의 비대위원장직 인선이 유력하나, 안철수계가 많은 원외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서 심상찮은 기류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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