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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칼럼]충청권 여당 국회의원은 영혼이 있는가

[편집자주]

이광형 충북세종 본부장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대한민국 대선시계는 예측 불가능속에 정유년 새해벽두를 달구고 있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백성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군주민수(君舟民水)’는 촛불민심을 확인하고도 정치권은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 중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로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 결과에 따라 치러질 조기 대선의 가장 큰 변수는 10년만에 금의환향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정치세력의 이합집산도 변수이지만 이 또한 반 전 총장이 키맨인듯하다.

고향 충북을 시작으로 ‘충청대망론’이 확산되면서 친반단체도 우후죽순격 생겨나고 있다. 정계에 따르면 반사모, 반딧불이 등 모두 20여개 단체가 발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청권 여당 소속 정치인들은 반 전 총장의 정체성과 자질, 능력도 제대로 모른 채 일단 ‘반기문號’에 승선하자는 분위기다.

반기문 충청대망론의 지엽적 중심에 있는 이시종 충북지사의 경우 소속 당(민주당)은 다르지만 반 총장과의 오랜 친분과 유엔사무국 수장 경력에 줄곧 기대감을 가져왔다.

이 지사는 그동안 사석에서 엄중한 남북관계를 비롯해 외교 안보 문제를 종합할 때 반 전 총장이 시대상황에 맞는 지도자임을 거론했던 점에 비춰 대선결과에 따라 거취가 주목된다.

자칫 정치적 실리를 좇다 부동산 투기현장에서 흔히 보는 쪽박난 ‘떴다방’으로 전락할수도 있는 데 이처럼 아우성들이다.

절망에 빠진 보수우파세력에 희망을 주고 재건의 가능성을 심어줄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은 마치 반 전 총장이 보수의 희망을 넘어 ‘구세주’처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놀다 갑자기 흩어지듯 ‘각자도생’도 충북지역 뉴스를 장식한다. 충북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5명중 3명은 이미 반 전 총장에 눈도장을 찍고 ‘동행결의’까지 하고 왔다.

차기 지방선거를 노린 일부 정치인들도 줄대기에 한창이다. 너무 앞서간다할 수 있지만 그게 정치인의 생명력인가보다.

충북지역 국회의원 중 가장 먼저 반 전 총장을 알현(謁見)한 정치인은 경대수·박덕흠·이종배 의원이다.

이들은 국정혼란과 소속당의 파국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2일 미국으로 날아가 반 전 총장을 면담하고 돌아왔다.

“공산당만 아니라면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정치생명을 걸고 대통령 만드는 데 헌신하겠습니다”라고 한 경대수 의원의 발언은 충성도 면에서 가히 압권이었다. 조폭 똘마니의 충성맹세와 다름없다. 

검사 출신으로 검사장까지 지낸 자존심 강한 법조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함께 동행한 박덕흠 의원은 보름전까지만도 이정현·조원진·이장우·김진태 등 친박지도부와 함께 국격을 추락시키고 국민을 분노케 한 박 대통령 지키기에 홍위병 역할을 자처한 인물이 아니던가.

정치를 하려면 아무리 후흑(厚黑얼굴이 두텁고 속이 검다)해야 한다지만 지나치게 품격과 가치가 없어 보인다.

반기문을 통한 충청대망론의 명분으로 과거처럼 절대 권력의 곁불만 쫴 온 ‘온실정치’에 둥지를 틀려하는 건 그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일련의 국정 난맥상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먼저다.

그다음 정치적 거취는 ‘무조건 따르겠습니다’보다는 ‘주민들과 논의한 뒤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선택하겠다’고 했다면 얼마나 품격있게 보였겠는가. 그것이 민의를 좇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 아닌가.

충청권 정치인들이 작금에 한 정치적 언행은 상처받은 보수를 위한 것도, 지역을 위한 것도 아니다. '반기문 똘마니'를 자처한 영혼없는 정치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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