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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탄핵이 바꾼 충북 대통령 관련 관광지 '희비'

육영수 생가 '발길 뚝'…"따님 보살펴주세요"
반기문 생가·본가는 '대권 잠룡' 기대감 증폭

[편집자주]

지난 7일 충북 옥천군 육영수 생가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  '존경합니다' ,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등의 메시지와 함께 '따님 좀 보살펴주세요', '못난 딸로 인하여 걱정되시겠습니다' 등 시국을 반영하는 문구도 적혀있다.  2017.1.7/뉴스1 © News1 김용언 기자
지난 7일 충북 옥천군 육영수 생가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  '존경합니다' ,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등의 메시지와 함께 '따님 좀 보살펴주세요', '못난 딸로 인하여 걱정되시겠습니다' 등 시국을 반영하는 문구도 적혀있다.  2017.1.7/뉴스1 © News1 김용언 기자


육영수 생가 마당에 전시된 박근혜 대통령의 가족사진.  2017.1.7/뉴스1 © News1 김용언 기자
육영수 생가 마당에 전시된 박근혜 대통령의 가족사진.  2017.1.7/뉴스1 © News1 김용언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본격 막을 올리면서 충북 도내 대통령 관련 관광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충북 옥천군 육영수 생가를 찾는 관광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지난 7일 오전 옥천군 교동리에 있는 육영수 생가를 찾았다.

2km 떨어진 옥천 읍내가 붐비는 것과 달리 생가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잘 정비된 진입로를 거쳐 도착한 생가 주차장에는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가 대여섯 대 보일 뿐이었다.

30여분 생가를 둘러보는 동안 다른 방문객은 보지 못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쯤 가족으로 보이는 관람객 10여명이 생가에 들어섰다.

생가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따님 좀 보살펴 주세요', '못난 딸로 인해 걱정되겠습니다' 등 시국을 반영하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어떤 방문객은 할말이 없는 듯 '생략 기호'(…)만 남겼다.

어떤 중년 여성 일행들은 "최순실 아버지(최태민)하고 찍은 사진 있나 찾아보자…"며 육 여사의 생전 사진이 전시된 마당을 둘러봤다. 

청주에서 왔다는 방문객 김연수씨(62)는 "지난해 봄 생가를 찾았을 때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대통령의 탄핵 여파가 외가까지 미치는 걸 보니 세상 민심이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말했다.

육영수 생가는 2011년 복원 이래 관람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육 여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 유년과 학창시절을 보낸 이곳은 옥천군이 37억5000만원을 들여 복원했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2년 '박근혜 효과' 덕에 입장객 수가 38만1200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15만여명(11월 기준)에 그쳤다. 국정농단 의혹이 터진 이후에는 관람객이 최소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생가 관리사무소 직원은 "겨울은 원래 관람객 발길이 적지만, 지난해 10월부터는 시국 때문인지 단체 방문이 뜸하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옥천군은 올해 육영수 여사 탄신제 예산 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정치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가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생가 이웃 주민 김모(75)씨는 "대통령 외가라는 자부심을 느꼈는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됐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지난 2013년 8월25일 오전 충북 음성군  생가를 찾아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DB) ⓒNews1

반면 귀국을 앞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생가가 있는 음성의 분위기는 다르다.

음성군 원남면 반기문 생가는 새해 벽두부터 지지자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새해 첫날 생가 인근 보덕산에는 반 전 총장 지지그룹인 '반(潘)딧불이'와 '반사모 3040'(반기문을 사랑하는 30~40대 사람들의 모임) 회원 500여명이 참석, 해돋이를 지켜봤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하는 오는 12일 인천공항에서 환영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생가에 마련된 방명록에도 그의 대통령 당선을 기원하는 문구 등이 가득하다.

반 전 총장이 학창시절을 보낸 충주 본가 '반선재'도 지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청대망론'의 반증이지만 지역 의견은 분분하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는 "우리 지역 출신이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시각은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연, 학연에 집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력이 만들어지면 보수 쪽에서 중심 역할을 해 줄 것"이라며 충청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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