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tv' 운영자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규재tv 캡처) 2017.1.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헌법재판소가 3월13일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 시한으로 예고하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비롯해 관련자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압도적으로 박 대통령의 탄핵을 점쳤다.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시민들의 비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뉴스1은 헌정사 전무후무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 그로 인한 대통령 탄핵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바닥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설 연휴를 앞두고 평범한 시민 144명에게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의견, 전망 등을 물었다.
한국사회를 격랑으로 몰고 갈 이슈에 대한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설문은 서울역·고속터미널·광화문광장·여의도·종로구 인사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진행했고,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에게 고루 물었다.
◇시민 십중팔구 "헌재, 朴 대통령 탄핵 인용"
뉴스1이 만난 144명 중 127명의 시민들이 헌재의 탄핵 인용을 확신했다.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만큼 정치적·법적으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며, 특검의 수사상황이나 헌재의 탄핵 변론 등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 혐의점이 입증됐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권형근씨(25)는 "탄핵 안 된다고 보는 사람이 있나. 탄핵은 시간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씨는 "초반에는 그래도 탄핵 보다는 어떻게든 잘 추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온통 거짓말로 추스릴 수 없는 상태까지 오고, 반성하기 보다는 피해자인 척만 하고 있다.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데 (나라일을) 더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고속터미널에서 만난 청소부 김모씨(가명·67)는 "촛불들을 봐라. 국민들이 이러는데 어쩔 수 있나. 물러나야지"라고 했고, 김명주씨(52·여)는 "대통령 하나가 잘못해서 지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잘못에는 책임 져야한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특히 고른 연령에서 "당연히 된다" "반드시 돼야 한다" 등 확신에 찬 답이 많았다.
회사원 이모씨(28·여)는 "너무나 답이 없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탄핵될 것", 대학생 허모씨(28)는 "한국에 정의가 있다면 박 대통령은 처벌받을 것", 강남구민 조모씨(38)는 "안 되면 큰일 난다", 부산 남구민 정모씨(44)는 "잘못을 했으니 탄핵은 당연한 순리", 전북 정읍시에 사는 농민 최모씨(57)는 "무조건 된다"라고 답했다.
보수를 자처한 황상일씨(69)는 "탄핵에 반대하지만 될 것 같다"고 했고, 서울 성북구민 강모씨(62·여)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탄핵이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을 했다는 정황이 많이 밝혀졌기 때문에 탄핵이 될 것", 대학생 이모씨(22·여)는 "헌재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진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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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층 "탄핵 안될 것…여론에 떠밀린 탄핵 NO"
박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9명에 불과했다.
탄핵 인용 전망은 고른 연령대에서 분포했지만, 기각될 것이란 의견은 주로 50~70대 높은 연령층에서 많았다. 50대 3명, 60·70대 각 2명, 20·30대 각 1명이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딛고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울산 중구의 회사원 정모씨(38)는 "민심은 인용을 원하겠지만 너무 일사천리로 헌재에 넘어갔고 아직 증거들을 밝히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현 상황으론 탄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구로구민 마성철씨(58)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것을 보니 대통령 탄핵도 안될 것 같다. 뇌물 혐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충남 당진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정모씨(72·여)는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게 너무 일을 확대시킨 것 같아 반감이 든다. 박근혜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뒤집는건 아니다"고 했다.
대학생 염재성씨(24)는 "국민 여론과 분위기상 탄핵이 당연시 되고 있지만 모든 죄를 밝혀내고 관련 자를 처벌하는 것이 먼저"라며 "헌재가 국민여론에 등떠밀려 탄핵을 한다면 반쪽짜리 탄핵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모르겠다"고 의견을 유보한 이들은 8명이었다.
대구 동구주민 현모씨(51)는 "예전엔 탄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흘러가는 분위기로는 안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태극기 집회'도 열리고 있고, 분위기에 쏠려 탄핵을 외쳤던 사람들도 자기 이득을 고려해 반대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국가적으로 혼란이 생길텐데 이득이 있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