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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출마 원희룡 “성장통 앓는 제주 먼저 살필 것”

“조직적 준비 필요”…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 시사

[편집자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1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대선 불출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도 제공) 2017.01.31/뉴스1 © News1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1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대선 불출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도 제공) 2017.01.31/뉴스1 © News1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른정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1일 “대선 출마는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우선은 성장통을 앓는 제주도를 살피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바른정당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 지사는 같은 날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원 지사는 “현재 제주는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뒤따르는 쓰레기·대중교통·주택공급 문제 등의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대행시킬 수 없기 때문에 물리적·시간적으로 대선 경선을 뛰기에 불가능하다”며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원 지사는 이어 “제주도지사로서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보물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향후 스스로의 평가와 도민들의 평가를 놓고 다음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차기 대선 출마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지금까지 대선 출마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불출마를 공식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제 오늘 생각을 정한 것은 아니다. 도민께서 맡겨주신 제주도정의 책임을 한시도 가볍게 생각해선 안된다라는 생각을 계속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대한민국 정치의 격동 속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보수정당의 축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몸부림들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과연 어떻게 역할을 해야 도정의 책임과 정치 개혁의 역할을 최대화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세대교체의 시대적인 흐름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정책 바람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시점을 기다려왔다. 어제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번 주부터 바른정당이 구체적으로 경선 관리위원장을 선출해서 준비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후보 대리인도 파견해서 캠프 측의 의견을 가지고 회의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고 토론이라든지 당원집회, 전국 순회 일정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그 부분 실행하기에는 시간적 물리적, 제주도정의 책임의 무게 상 도저히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발표를 미루는 것도 저 자신을 위해서나 제주도, 당을 위해서도 미룰 수 없다고 봤다. 당 지도부 공식회의 직전에 소상히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정식 최고위원회의 때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굳이 최고위원회에서 얘기한 건 많은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저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선 경선 출마를 제주도민들이 허용해달라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가지고 그에 걸맞는 태도를 공식화하는 게 적절하겠다고 생각했다.
    
-차기 대선 출마 의사로 풀이해도 되겠는가.

▶구체적으로 가면 앞서가는 거라고 본다. 일단 제주도지사로서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보물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후 스스로의 평가와 도민들의 평가를 놓고 다음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입장 발표문에서 초임 임기 중의 도지사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도지사로서 두 번째 임기도 생각하고 있는건가.

▶다른 사람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안희정 지사 같은 경우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도지사로서의 책무는 행정부지사라든지 공백은 없도록 하되 그에 따른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서 대선 출마에 전력하겠다고 했다. 두 번째 임기까지 수행한 시점에서 나름대로 판단을 해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말한 것이다. 저는 현재 2년 반 임기를 지난 도지사로서 제2공항과 개발과 보존, 성장통, 쓰레기나 대중교통 문제, 주택공급의 문제를 놓고 올해와 내년 전력을 다해서 씨름을 하고 고비를 넘겨야 할 입장이다. 때문에 책임을 누구한테 대행을 시킨다든지 내가 할 만큼 했다든지 차원에서 얘기할 수 없다. 다음 임기를 염두에 두고 초임 임기 중이라는 표현을 쓴 건 아니다.

-남경필·유승민과 대선 경선을 겨뤄볼만하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나.

▶전에도 말했지만 대선 경선과 같은 경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하고 본격적이고 조직적인, 실무적인 준비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만약에 본격적으로 뜨게 되면 혼자가 아니라 조직을 갖추고 움직여야 한다. 최소 참모조직과 전국적인 캠페인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전국적인 국민과 당원에게 스스로의 비전과 앞으로의 구상들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할 사람들 채비가 있어야 경선이든 본선이든 의미가 있다.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 부분에 대한 준비를 갖추기에는 제주도에서 맡고 있는 업무의 무게, 물리적인 여러 가지 면에서 제주도정을 대행체제로 맡기고 가야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가능할 것인가. 이건 제주도민들의 묵시적인 양해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할 만 하냐 아니냐라는 판단 이전에 그러한 의지를 무작정 세워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고 역동적인 정치에서 선거 운동이라는 건 그 과정 속에서 변수가 만들어지는 거다. 하다못해 오락을 하더라도 패를 다 갖고 하는 게임은 없다. 언제든지 의지와 태세를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원론적이고 마음의 자세 차원에서 대하는 것하고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번 해 본다 그런 수준에선 안 된다.

-중앙에서 먼저 설명을 하고 나중에 제주에 와서 입장을 표명하시는 부분에 대해 중앙에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니냐는 도민들의 시각이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먼저 양해를 구하겠다. 원희룡을 대권주자로 거론한건 제주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바른정당의 많은 국회의원들과 지도부, 바른정당의 전국적인 움직임 속에서 얼마만큼의 무게를 가질지 거론이 됐었고 권유가 있었다. 거기에 합당한 방식으로 대응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회의에서 당 지도부에게 발언을 통해서 개진하고 기자회견 없이 바로 내려왔다. 제주에 와서 이렇게 설명을 드리는 건 도민들이 궁금해 하시고 제주 언론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사안을 다 여기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양해해 달라. 두 번씩 하는 것도 물리적인 부담이다.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나.

▶대선 주자로서의 역할 내려놓으면서 이제는 대선에 대한 심판 내지 응원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점에서 더 깊이 고민해서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의 가장 옳은 길을 위해 제 역할과 제 시각을 나름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될 건지에 대한 예상이나 평은 자제하려고 한다.

-대선공약에 반영해야 할 제주도 현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행정 내부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는 실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유력 정당들과의 접촉 속에서도 형식은 다르지만 도민들의 공통 염원 사항을 가급적 전체적으로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제주도민 전체가 특정 정권의 당선 여부에 따라 흑백식의 모험을 할 이유는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당 소속 입장과 도민 최대 다수를 대변하는 입장에선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당장 강정마을의 구상권 소송 철회 문제가 시급하다. 그리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서도 여전히 부족한 자주재정권 문제가 있다. 또 행정체계에 있어서 특별법 내지는 정부나 국회의 결단이 있어야 해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현안들이 있다. 이 점에 대해서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제주도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계획이다. 누가 되든지 제주도가 더 나은 여건에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챙겨나가도록 하겠다.

-경선관리위원장 역할도 언급되고 있다. 앞으로의 정당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경선관리위원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회의를 한다고 해도 서울 회의 참석하려면 저는 밤에 가서 아침에 일을 하든지 첫 비행기 타고 오후에 오든지 해야 하는데 시시때때로 변하는 일정에 맞출 수 없다. 역동적인 정치 일정을 맞추라고 하는 것도 무리다.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지나치게 부담이 되는 역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다 50대에 당 고문까지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고문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경선뿐만 아니라 바른정당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바른정당 뿐만 아니라 정치개혁과 정치재편을 위해 어떤 요구사항과 의견을 제시할 지에 대해서도 많은 요구를 받고 있다. 많은 목소리를 내고 도울 수 있는 건 돕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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