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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경쟁에 中여행사만 배불렸다…수수료 1조 육박

송객수수료 9672억원…신규면세점 증가로 과당 경쟁 촉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시 목소리도

[편집자주]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지난해 시내면세점들이 매출액의 상당수를 중국관광객을 유치한 중국 여행사에 송객수수료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단체관광객 감소로 울상인 면세점 입장에서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면세점 업계 과당 경쟁으로 인한 송객수수료 부담 증가는 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3일 관세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면세점 22곳의 전체 매출액은 8조87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5% 증가했다. 신규 시내면세점 등이 영업에 들어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조7148억원은 단체관광객으로부터 나왔다. 전년 대비 무려 62.5% 늘어났지만 이에 따른 여행사 송객 수수료도 71.8% 증가한 9672억원으로 집계됐다. 즉,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여행사에 수수료로 지급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체관광객 매출로만 집계했을 때 송객수수료율은 20%를 상회한다.

이같은 수수료는 단체관광객을 유치한 중국 여행사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 현지 여행사를 통해 한국 패키지 관광을 예약한다. 관광객을 모개한 중국 현지 여행사는 한국 내 중국계 인바운드 전문 여행사에 이들 고객을 위탁한다. 결국 면세점업체들이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수를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중국 업체 혹은 중국인 가이드에 다시 수수료로 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관세청은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면세점간 경쟁 심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소·중견 면세점과 신규 면세점의 송객수수료 지출이 컸다.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의 송객수수료는 평균 20.1%로 중소·중견 평균(26.1%) 보다 낮았다. 기존 면세점의 평균 송객수수료는 19.5%로 신규 면세점의 26.6%를 하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마케팅 활동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면세점 관계자는 "기존 면세점 대비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홍보 차원에서 수수료 지급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관광객이 증가하는 등의 분위기가 바뀔 경우 이같은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면세점 간 경쟁 치열로 단체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되면서 수수료율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다른 면세점에서 여행사 측에 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하면 우리가 그 수준에 맞춰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규면세점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이득은 단체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만 챙기는 '제살 깎기식' 경쟁이라는 비판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차원에서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들도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제시된 조치들이 실제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관세청은 면세점 업계의 자발적인 송객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시내면세점의 송객 수수료율을 주기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면세점 간 경쟁이 과열되자 송객 수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발의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개정안은 관세법 개정안으로 발의됐으나 계류되면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회)로 넘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뿐만 아니라 현재 5년으로 제한된 면세점 특허권이 다시 10년으로 연장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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