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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때까지 할인' 음식점에 항의·협박 전화폭탄

지난 24일 하루 만에 욕설·협박 300통 쏟아져
경찰 "사이버 모니터링 강화…상황 따라 업무방해죄"

[편집자주]

경기 용인의 한 칼국수집에 내건 안내문.© News1
경기 용인의 한 칼국수집에 내건 안내문.© News1

경기 용인시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하모씨(52)는 지난 24일 평소처럼 장사 준비를 하던 중 수백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주문이 밀려든 것이 아니라 욕설, 협박 등을 퍼붓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씨가 지난 해 말 가게 앞에 내건 안내문이 폭탄전화의 발단이 됐다. 하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절차가 진행되고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가게 앞에 '탄핵될 때까지 음식값을 할인해주겠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걸고 장사를 해왔다.

최근 보수단체 회원들이 활동 중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하씨는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하씨는 24일부터 26일까지 총 500통에 가까운 전화를 받아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하루에만 300통이 넘는 전화가 몰렸다.

하씨는 "24일 12시쯤부터 26일까지 약 500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욕을 하고 협박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가게는 배달이 많은데 항의성 전화로 제대로 주문을 받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민주시민이라면 각자 의견을 낼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안 들면 우리 식당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일 텐데 이런 식으로 전화폭탄을 돌리면서 생업에 지장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활동 종료를 앞두고 헌법재판소의 최종변론과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각 단체의 주장을 알리기 위한 집회는 물론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갈등도 끊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서울시청 근처에서 장사를 한다는 한 음식점 사장이 장문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쓴이는 매주 토요일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가게에서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고 밖에서 사온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온라인상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호텔 화장실을 사용하려다가 저지당한 사연도 있다. 호텔 측은 특정세력이 아니라 투숙객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사용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호텔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의 행동이 주변의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주면서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찰도 이와 같은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고발이 이루어지고 장소를 특정하고 다른 사람이 이용하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고의성이 있다면 업무방해죄 등이 성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최근 사이버상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사례와 관련해 주의해서 보고 있고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삭제도 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도 펼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직접 충돌까지는 없었지만 분열과 갈등이 어디까지 악화할지 정말 걱정스럽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나아가 "사회의 기본질서까지 도외시하면서 폭력을 유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것은 그들의 주장하는 명분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불리한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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