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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혁의바이오톡톡] 블루버튼과 환자의 권리

[편집자주]



환자가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작은 병원으로 전원하되면 본인의 의료기록을 들고 간다. 이렇게 병원간 이동하는 정보의 양은 한 종합병원의 수수료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1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산화된 환경에서도 아직 인쇄물로 된 의료기록을 들고 간다.

정부는 지난 2월 28일 열린 '제5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R&D혁신, 빅데이터 전략 수립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의료정보 이용 활성화 포럼'에서는 의료정보활용제도 개선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논의는 소비자 입장은 고려되지 않은 채 공급자 입장에서 의료정보를 모아서 빅데이터를 만들고 그 가치를 확대하자는 거대 담론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사실 이 병원, 저 병원에 쌓여 있는 정보의 주인은 바로 환자다. 의료법 제21조를 보면 '환자는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본인에 관한 기록의 열람 또는 그 사본의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문화돼 있다. 종합병원급의 진료기록관련 수입은 연간 10억~15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가 다른 병원으로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진료기록은 복사본, 영상의 경우 CD에 저장을 해주는 등 아직까지도 오프라인 정보다.
  
의료법 22조에 따라서 전자의무기록을 갖추게 해놨지만, 실제로 정보를 교환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누리기 어려운 구조가 돼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팍스(PAC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의 도입성공사례가 있다. 1999년 11월부터 보건복지부는 팍스 활성화를 위해 5년간 인센티브를 제공한 적이 있다. 그 결과 5년간 팍스 보급률이 90% 이상으로 치솟는 놀라운 결과를 거뒀다.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영상의학의 발전을 이끌어냈다.

미국은 2012년부터 '블루버튼'(blue button)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본인의 의무관련 기록을 손쉽게 다운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초기에는 PDF 형태였다가 이후 '블루버튼 플러스'라는 표준을 만들어 의료기관끼리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기반이 바로 정밀의학으로 가는 디딤돌이 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어떤 전문가는 제4차 산업혁명의 우리나라에게는 새출발할 수 있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이 축복이 결실을 맺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데이터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의료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한국형 블루버튼플러스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기관간의 정보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다. 한국형 블루버튼플러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개인정보보호를 해야 하고 국제표준에 기반한 진료정보교환표준, 건강관리시스템과의 확장성 등이 고려돼야 한다. 우선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도록 하고, 의원급으로 단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것도 도입률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의료기관간의 정보교류는 소비자에게는 알권리를 보장해주고 편의성을 제공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정밀의료의 발전과 함께 의료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업계는 비식별화된 공공정보의 가공을 통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건강관리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도 IBM왓슨 같은 AI기반 기업들이 활발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의료정보 데이터 흐름을 확대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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