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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트럼포노믹스…"일부 헤지펀드 증시매도 준비"

"불가피한 시장반전 위험, 싼 가격에 미리 대비"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약 6주간에도 뉴욕증시는 5%가량 더 뛰어 올랐다. 트럼프의 거듭된 경제부양책 약속과 개선된 경제지표가 증시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러한 랠리에도 불구하고 일부 헤지펀드들은 주식 매도를 준비하며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뉴욕증시는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을 기대하며 최선의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 및 세금개혁 정책이 내년으로 미뤄지고 구체적인 계획이 빠른 시기에 나오지 않는다면 증시에는 실망감으로 가득차 하락세로 방향을 틀 수 있다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규제완화, 세금인하, 인프라 프로젝트에 1조달러 투자 등 친성장정책을 공약했다.

NYT가 지난주 12명 이상의 펀드매니저들과 인터뷰한 결과 적어도 9명의 투자 매니저 및 헤지펀드 경영진은 단기적으로 적어도 완만한 폭으로 증시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이 앞으로 수 주 안에 1~2%가량 하락할 것에 베팅, 옵션을 통해 테일리스크(꼬리위험) 줄이기에 나섰다.

최고의 테일리스크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마이애미 소재 우니베르사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스피츠나겔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지금처럼 증시 밸류에이션과 투자자들의 충만감이 기록적으로 높은 상태에서는 누가 백악관에 앉아있든 충격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S&P500에 대해 풋옵션을 유지할 것을 제언했다. "갈 수록 위험해지고 있는 시장의 불가피한 되돌림에 대응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증시를 매도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아주 싼 값으로 확보해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기 이전에 사임하거나 혹은 탄핵당할 가능성을 반영하는 도박사이트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몇 개월이나 몇 년 안에 주식이 하락할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베팅업체 래드브로크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 및 탄핵 가능성을 지난 5일 55% 확률로 반영했고 아일랜드의 베팅사이트 패디파워에서는 40%의 확률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스피츠나겔 CIO는 트럼프가 사임하거나 탄핵을 당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은 헤지펀드의 일이 아니라면서 헤지펀드의 주요 임무인 테일리스크 축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펀드매니저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골몰하면서도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은 트럼프 정책이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명확한 투자 포인트를 찾을 때가지 기다리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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