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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합의 OEPC '분열 양상'…"원유시장 퍼펙트 스톰"

美 셰일 증산 속 이라크·러시아 감산 쿼터 위반

[편집자주]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의 석유 파이프라인. © AFP=뉴스1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의 석유 파이프라인. © AFP=뉴스1

8년 만의 감산합의를 이끌어 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시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원유시장의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엘리마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배럴당 50달러대를 안정적으로 지키던 유가가 지난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IHS-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연례회의 때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했다. CREA 회의에서 OPEC이 분열된 모습이 돌출해 원유시장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은 넘치는 원유 재고를 감축하기 위해 산유량을 일평균 18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에 출연해 "올해 들어 OPEC은 '우리에게는 감산이 있다. 공조는 위대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CREA 회의에서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감산 합의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CREA 회의에서 러시아의 감산 성과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 또한 그는 다른 산유국들이 OPEC의 희생을 자국의 원유생산 투자를 늘리는 데 활용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가 OPEC 감산 공조에서 큰 역할을 하는 반면 이라크,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들은 자국에 할당된 쿼터 이상으로 원유를 생산 중이다. 크로프트에 따르면 CREA 회의에서 사우디 석유장관은 올해 산유국들이 상반기 감산 공조를 얼마나 잘 이행했느냐에 따라 하반기에 감산을 연장할지가 결정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 셰일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미국의 원유 재고를 기록적인 수준까지 확대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의 원유증산은 세계 원유 재고량을 줄이려는 OPEC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 했다.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이제 사우디측에 약간의 흔들림이 생겼다. 이것이 당장 (투자) 심리에 대한 '퍼펙트 스톰'으로 여겨진다"라고 밝혔다.

이라크의 산유량 확대는 OPEC 감산 합의에 대한 위험신호다. 지난 7일 CREA 회의에서 이라크 석유장관은 올해 하반기 이라크 산유량을 일평균 500만 배럴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가 약속한 올해 상반기 산유량(일평균 435만 배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는 지난 1월 거의 일평균 447만 배럴을 생산했다. 에너지정보업체 플래츠는 지난달에도 이라크의 산유량이 쿼터에 비해 일평균 9만1000 배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OPEC 내부의 분열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펀더멘털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원유 재고가 기록적인 수준을 나타내지만, 일본과 유럽의 재고 수준은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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