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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모든 옵션' 동원한 고강도 대북경고…아직 '밑그림'

美틸러슨 "대화할 시점 아냐"…협상 가능성 닫아
세컨더리보이콧 등으로 더 中통한 北압박 강화할듯

[편집자주]

렉스 틸러슨(Rex Wayne Tillerson)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17.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렉스 틸러슨(Rex Wayne Tillerson)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17.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방한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7일 북한을 향해 '초(超) 고강도' 메시지를 발신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이제 끝났다"면서 "우리는 외교적인, 안보적인 그리고 경제적인 모든 형태의 조치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현 시점에서 미 외교 수장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민에겐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는 차별성을 강조하고, 북한엔 강력한 압박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하지만 '외교·안보·경제'라는 모든 가능한 선택지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대북 경고의 구체성이 떨어져,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우리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북한에 대해) 최고의 수준으로 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지금 북한에 대해 취해지고 있는 조치 수준을 넘는 '보다 강화한 대책'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한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시점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에 따라 여러 발언을 종합해봤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며, 대북 강경기조를 통한 북핵 해법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틸러슨 장관은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그러한 포괄적인 제재조치를 취해야겠다. 동결이라는 것은 아직까지는 얘기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핵동결'에 대한 옵션은 제외했다. 

틸러슨 장관은 나아가 "군사적인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만일 북한이 위협하는 한국과 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무기 프로그램의 위협 수준을 더 높인다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된다고 하는 수준까지 간다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6일 미일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지난 20년간의 접근법은 실패했다"며 "점점 높아지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가운데 새 접근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틸러슨 장관이 "이제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넣든,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 위협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 것 등에 비춰볼 때 이 접근법은 '중국을 통한 북한 압박'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의 사드 보복을 지적하는 부분에서도 "우리는 중국이 사드를 필요하게 만드는 위협, 다시 말해 고조되는 북한 위협에 대해 역할을 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을 통한 북한 압박'과 관련해선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해법과 큰 틀에서 비슷하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전임 행정부가 쓰지 않았던 대중(對中) '강경 카드'를 써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가 본격 시행하지 않았던 강경 카드로는 대표적으로 북한과 거래한 제3국(중국) 기업에 대해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언급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대북한-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12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세컨더리 보이콧의 강도를 높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인 세컨더리 보이콧에 거는 기대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할 경우 중국은 경제적 여파보다 주권 침해 관점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사드 배치 관련해 중국이 한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과 미국에 동조하는 국가들의 기업을 제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1박 2일의 짧을 방한 일정을 마치고 18일 오전 동북아 순방의 마지막 행선지인 베이징으로 떠나는 틸러슨 장관은 중국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중국과도 상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베이징에서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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