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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아저씨의 동행] 국회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그 후 이야기

[편집자주]

국회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모습. © News1
국회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모습. © News1

대한민국 국회에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습니다. 지난 1월 4일 국회의사당 옆, 국회 후생관 옆, 국회의원회관 옆 등 모두 4군데에 설치가 됐습니다. 동물보호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죠. 저도 꿈만 같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건 지난해 국회의원회관 주차장에 살던 길고양이 ‘민주’가 교통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건부터 시작됐습니다. ‘민주’의 사고를 계기로 전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동물복지국회포럼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건의하게 됐습니다.

국회 후생관 앞 잔디광장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의 모습. © News1 손형주 기자
국회 후생관 앞 잔디광장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의 모습. © News1 손형주 기자

한 의원은 한 시민의 건의를 소홀히 넘기지 않으셨습니다. 한 의원은 국회의 사무를 관장하는 우윤근 사무총장께 급식소 설치를 적극 건의했고, 관리상의 어려움을 들어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직원들을 설득한 끝에 대한민국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된 것입니다.

급식소 설치가 확정 된 후에는 이를 ‘세금 낭비’라고 지적할 일부 시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팅커벨 프로젝트, 나비야사랑해, 동물보호교육재단, 한국고양이수의사회가 나섰습니다. 마음을 모아 급식소를 기증한 겁니다.  

그리고 이 취지를 전해들은 사료회사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힐스펫 코리아에서 앞으로 국회 길고양이들이 먹을 사료를 평생 후원해주기로 했습니다.

한 의원을 비롯한 국회 내 ‘캣맘’과 ‘캣대디’들, 그리고 동물보호단체, 사료회사의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로 원만하게 급식소가 설치된 것입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급식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News1 손형주 기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급식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News1 손형주 기자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분들께서는 잘 아시겠지만, 길고양이 사료 공급과 함께 생각해야하는 것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수술입니다. 먹이를 공급받는 길고양이의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으면 그 숫자가 무한정 늘 수가 있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국회 길고양이도 예외는 아니지요.

그래서 지난 3월 중순 한정애의원실과 팅커벨 프로젝트, 나비야사랑해는 힘을 합쳐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0마리의 고양이를 포획했습니다. 암컷이 7마리, 수컷이 3마리이더군요.

중성화 수술을 위해 포획한 길고양이들을 직접 챙기고 있는 한정애 의원(오른쪽)의 모습. © News1
중성화 수술을 위해 포획한 길고양이들을 직접 챙기고 있는 한정애 의원(오른쪽)의 모습. © News1

이 고양이들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팅커벨 프로젝트 연계 동물병원에서 무사히 중성화 수술을 마쳤습니다. 수술비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지원했고, 입원비는 팅커벨 프로젝트가 후원했습니다. 수술을 잘 마친 고양이들은 일주일간의 회복기간을 거쳐 다시 국회로 돌아갔습니다. 

중성화수술을 마친 국회 길고양이. © News1
중성화수술을 마친 국회 길고양이. © News1

국회 길고양이들의 먹이 관리와 건강상태 체크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의원을 비롯한 국회 내 캣맘, 캣대디들은 단체 채팅 방을 만들어 수시로 길고양이 급식소의 사료 및 물 공급 상황, 고양이들의 건강상태를 공유합니다.

이 같은 좋은 사례가 전국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널리 보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캣맘, 캣대디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고, ‘사람과 길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 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급식소 안에 들어가 있는 길고양이의 모습. © News1
급식소 안에 들어가 있는 길고양이의 모습. © News1

얼마 전 국회 길고양이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해 국회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참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국회 길고양이 급식소를 보러 왔더군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정치인들의 싸움만 일어나는 곳인 줄 알았던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요.

이글을 읽는 여러분도 시간이 나면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보러 오세요. 아마도 동물을 사랑하는 여러분께서는 대한민국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낄 겁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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