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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베네수 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등 '달래기 카드'

교황 중재…마두로 "환영", 야권 "총선거 보장해야"

[편집자주]

30일(현지시간) 국영TV에 출연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AFP=뉴스1
30일(현지시간) 국영TV에 출연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AFP=뉴스1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달래기 카드'를 제시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을 60% 인상하고 연내 지방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국영TV에 출연해 내달 1일부터 현재 최저 임금 월 4만638볼리바르에서 60% 인상해 월 6만5021볼리바르로 올린다고 밝혔다. 또 식품 보조금도 인상해 한 달에 총 20만 볼리바르를 더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이를 달러화로 환산하면 46.0달러(약 5만3200원)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이 72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 올 들어 세 번째 최저임금 인상이지만 물가인상률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올 하반기에 지방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23개 주지사를 선출하는 지방선거는 원래 지난해 12월 예정돼 있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연기됐다. 조속한 선거 실시는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현재 집권 여당 소속 주지사는 23명 중 20명에 달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야권이 주지사 대부분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2018년 말이지만, 야권은 주지사 선거와 함께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치르기 위한 합법화 과정을 마쳐야 한다"며 "베네수엘라의 문제는 올해 선거를 치르지 못할 것이란 게 아니라 우리의 석유를 장악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나라 전체가 놀아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르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 © AFP=뉴스1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르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 © AFP=뉴스1

마두로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재 제안에 대해선 환영했다. 앞서 교황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정국 혼란을 비판하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인권 존중을 요구하며 "분명한 조건 하에서 중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야권은 "교황에게 야권이 요구하는 총선거 실시를 재확인하는 내용의 문서를 보낼 것"이라며 "교황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지만 우선적으로 어떠한 보장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내가 대화를 이야기하면 야권은 겁에 질려 달아난다. 어제 그들은 교황도 무시했다. 나는 교황의 말씀을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친정부 성향의 대법원이 3월 말 야권이 장악한 의회를 사실상 해산하는 판결을 내린 직후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한 달 넘게 카라카스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잇단 비판에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지만 중도 우파 야권과 주민들은 식량난, 생필품 부족, 폭동을 유발한 전례 없는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마두로 대통령을 지목하며 그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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