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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바꾸고 숨기고'…민주당, 이상한 '방통위원 공모'

[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내부심사를 거쳐 여당몫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허욱 전 CBSi 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내정했다.

허욱 후보자가 내정되기까지 무려 4개월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스스로 내세운 인선절차와 원칙을 몇번씩 뒤엎으며 공모절차를 진행해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을 상임위원 후보자로 낙점했다. 그게 지난 2월의 일이다. 최고위원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돌연 이를 보류했다. 당시 왜 의결을 보류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게 없다. 그저 소문만 무성하게 나돌았다.

3개월이 지나 민주당은 다시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 선정작업에 나섰다. 지난 7일 민주당은 공모자들을 대상으로 15일 서류심사와 16일 면접심사를 진행하겠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서류심사 당일인 15일 돌연 후보자 공모를 20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수만 전 원장과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김영근 전 민주당 대변인 등 6명이 공모했다는 보도가 쏟아진 뒤였다.

어떤 이유로 후보자 공모를 연장했는지 민주당의 공식적인 설명은 없었다. 공모는 다시 20일까지 5일간 연장됐고, 이때부터 공모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말라는 '함구령'까지 내려졌다. 모두가 의아해했다. 공모를 '비밀'로 진행할거면 처음부터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며 '공개모집'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당내에서 추천해서 내정하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공모자들을 심사해야 하는 민주당 심사위원들이 인사추천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심사권을 가진 사람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유례없는 '셀프 추천·심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스스로 흠집을 낸 꼴이 된다.

후보자로 내정된 허욱 전 사장의 자질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CBS 기자 출신인 허 전 사장이 CBS 노동조합의 파업 당시 사측에 서며 언론계의 반발을 산 인물이라는 점에서 CBS노조에서 반발 성명서까지 낸 상태다. 게다가 현재 보수적 성향의 한 인터넷매체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디어분야 공약으로 KBS, MBC 등 공영방송 공정성 확보를 주장했다. MBC, KBS 경영진을 민주적 절차로 선임하고 경영권과 편집권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공영방송을 개혁하기 위한 인물을 선임하는 과정을 비민주적으로 진행했다. 민주당의 속시원한 설명이 없다면 '공영방송 정상화'도 알맹이 없는 메아리가 될 수 있다.

허욱 전 사장이 민주당 상임위원으로 확정되면 5인으로 구성되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대부분이 '방송' 출신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고삼석 위원과 김석진 위원이 모두 '방송' 출신이다. 국민의당이 '통신'쪽 인물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방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통신 출신이 없는 상임위원회가 꾸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도로 방송위원회'가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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