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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 열풍에 그래픽카드 '씨가 마른다'

비트코인 채굴에 동원되면서 '그래픽 카드 대란'…PC업계 '몸살'

[편집자주]

(출처=이미지투데이) © News1
(출처=이미지투데이) © News1

# 용산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고객전화를 받았다. '비트코인 채굴용 PC'를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PC조립이야 누워서 떡먹기지만 비트코인 채굴용 PC조립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그래픽카드 대란'의 주범이 바로 비트코인 채굴 열풍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더 황당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이 국내 PC·부품업계 지형마저 뒤흔들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통상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지만 컴퓨터에서 주어진 암호를 연산장치로 풀면 비트코인 '채굴'이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핵심부품인 그래픽카드(GPU)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전세계를 강타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국내 웹호스팅업체 '인터넷나야나'가 13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데이터 몸값'으로 치른 사실이 알려진 점도 한국의 뒤늦은 비트코인 채굴 열풍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검은 돈'을 세탁하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나서고 있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PC방, 비트코인 채굴로 업종전환까지

비트코인 채굴에 가장 중요한 부품은 중앙처리장치(CPU)가 아닌 그래픽카드(GPU)다. 채굴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PC 1대당 그래픽카드가 4~6개씩, 최대 8개까지 필요하다. 특히 인기많은 제품이 ADM 라데온RX 시리즈, 엔비디아의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 'GTX 1060' 등이다.

최근 중국 언론을 통해 유출된 비트코인 채굴 전용 엔비디아 GTX1060 이미지. (출처=초능망) © News1
최근 중국 언론을 통해 유출된 비트코인 채굴 전용 엔비디아 GTX1060 이미지. (출처=초능망) © News1

이 때문에 국내 PC·부품 유통시장에 그래픽카드가 동이 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든 이들이 그래픽카드 사재기에 들어가면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탓이다. 이미 인터넷에는 '그래픽카드 대란'이라는 검색 키워드가 생길 정도로 유통 일선에서는 그래픽카드 품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문이 들어와도 팔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20만원에 판매됐던 GTX 1060이 최근에 가격이 30만원대로 올랐다 70만원까지 부르는 실정"이라며 "웃돈을 얹어줘도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수십만원짜리인 GTX 1060과 같은 고사양 그래픽카드는 애초부터 대중이 타깃이 아닌 특수층 타깃으로 제품 수요가 일정했지만 최근 비트코인 채굴 열풍으로 갑작스럽게 수요처가 급증해 제품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처'가 생겨 기회 측면도 있지만 이마저도 제품을 구할 수 있는 '수완'이 있는 일부 업체나 해당되는 얘기라 대부분 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GTX 1060 등의 그래픽 카드가 탑재된 '완제품 PC' 물량도 동이 날 지경이다. 그래픽카드를 못구하니 아예 해당 그래픽 카드가 탑재된 '완제품 PC'를 사려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이들은 주로 삼성, LG의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PC, 데스크톱PC 등이 아닌 조립형 완제품PC를 찾는다"며 "특히 엔비디아 GTX 탑재 PC는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고사양 PC가 모여있는 'PC방'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PC방을 아예 비트코인 채굴 장소로 업종 변환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것. 한 PC방업체 관계자는 "요즘 PC방 영업이 대체로 어려운데 보유한 PC로 비트코인 채굴에 나서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PC방을 폐업하고 비트코인 채굴 장소로 업종 전환하는 일이 주변에서 서서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검은돈'까지 기웃…씨가 마르는 '그래픽카드'

비트코인 채굴 열풍이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사실 중국에서는 이미 몇년전부터 불기 시작했다. '전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PC부품 등 제품 공급이 쉽고 낮은 인건비, 저렴한 전기세 등으로 채굴하기 좋아 '기업형 채굴장'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국 쓰촨성 마볜이족자치현(马边彝族自治县) 산간지역에 있는 기업형 비트코인 채굴업체 '톈자왕뤄커지'(天嘉网络科技)의 채굴장 모습.(출처=유튜브) © News1
중국 쓰촨성 마볜이족자치현(马边彝族自治县) 산간지역에 있는 기업형 비트코인 채굴업체 '톈자왕뤄커지'(天嘉网络科技)의 채굴장 모습.(출처=유튜브) © News1

국내의 경우, 뒤늦게 열풍이 불게 된 데는 최근 잇단 랜섬웨어 사태로 일반인에게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비트코인 채굴 열풍에는 돈세탁이 필요한 '검은돈'의 유입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채굴 열풍은 뒤늦게 부는 바람인데 용산 등에 비트코인 채굴을 문의하는 고객을 보면 주로 도박사이트 등 검은돈을 만지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며 "비트코인을 돈세탁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최근 부쩍 채굴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카드 대란 사태가 언제쯤 잦아들지도 관심이다. 예상치도 못한 비트코인 채굴 열풍에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AMD와 엔비디아는 아예 가상화폐 채굴 전용 그래픽 카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급이 안정을 되찾을 지 주목된다.

전용 제품은 불필요한 구성을 제거하고 보증 기간을 줄여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매체 마이드라이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채굴용 그래픽카드는 이르면 7월 중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약 1000위안(약 16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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