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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영 "죽을까봐 崔 지시 적힌 수첩 땅에 파묻어 보관"

작년 11월 검찰 조사서도 숨기다 올해 3월에 제출
"날 보호할 최후 수단…공개시 위험 닥친다 생각"

[편집자주]

최순실씨 © News1 김명섭 기자
최순실씨 © News1 김명섭 기자

최순실씨(61)가 K스포츠재단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면서 업무 지시를 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수첩이 공개됐다. 수첩의 작성자인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죽을까 봐 바로 공개하지 못하고 4개월 동안 땅 속에 묻어 숨겼다"고 법정에서 털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30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 측은 지난 3월24일 박 전 과장이 자신의 업무 수첩 2권과 외장 하드디스크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전 과장이 최씨의 말을 받아적은 수첩 등에는 그가 SK그룹에 요구할 내용과 롯데에서 지원금을 받아내는 과정, 예산안 등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최씨의 지시가 자세히 적혀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과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4개월여가 지난 올해 3월에야 수첩을 내놓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최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죽을까 봐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첩이) 저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해 검찰 압수수색이나 조사받을 때도 숨겼다"며 "3월이 돼서 증거로 내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줬다"고 설명했다.

박 전 과장은 "최씨의 말을 받아적은 수첩이라 처음부터 내보이면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제가 위험에 처할 거라 생각했다"며 "(최씨 등이) 어떤 힘이나 돈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서 공포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이 자료들을 어디에 보관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땅에 파묻어놨었다"고 밝혔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 News1 허경 기자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 News1 허경 기자

최씨 측은 해당 수첩에 적힌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수첩에 (날짜가 적히지 않았기에) 적힌 내용은 나중에 (조작해) 작성한 것 아니냐"며 "수첩 어디에도 최씨의 지시라고 쓴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전 과장은 "수첩은 사후에 작성된 게 아니며 날짜를 못 쓴 건 있지만 메모는 (최씨가 말한) 그때그때 쓴 것"이라며 "지시한 게 그분(최씨) 한 분이라서 굳이 누구의 지시라고 쓸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전 과장은 최씨의 첫인상에 대해 스포츠 분야에 해박해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박 전 과장에게 "최씨는 체육 관련 비즈니스 사업에 아는 게 없다는 걸 잘 알지 않느냐"고 물었다. 체육 분야에 무지한 최씨가 어떻게 K스포츠재단 사업을 주도했느냐는 취지다.

이에 박 전 과장은 "최씨와의 첫 면접에서 들은 말은 '체육이 뭐라고 생각하세요'였다"며 "솔직히 중년의 아주머니가 체육 전공인 제게 그렇게 물어 속으로 웃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최씨가 'IMG(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라고 아세요'라고 물어 제가 머뭇머뭇하니 '그런 글로벌 회사도 모르고 무슨 체육인재 일을 한다고 하세요'라고 말했다"며 "50대 평범한 아주머니로 봤는데 그렇게 말해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박 전 과장의 수첩에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의 이사장으로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을 원했다는 내용도 적혔다. 박 전 과장은 "수첩에 '허구연 이사장 원함' 이런 내용도 최씨의 지시냐"는 최씨 측 권영광 변호사의 질문에 "최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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