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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美, FTA 이의제기 가능…전면 재협상으로 볼순 없어"

설전있었으나 훈훈한 마무리…확대정상회담 분위기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청와대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문제를 꺼내든 것과 관련 "이의는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지만, 전면적 FTA 재협상이라 볼순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 두 분야를 예를 들어 무역불공정을 얘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FTA규정은 한 국가가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위원회가 열리게 돼 있다. 다만 거기에서 협의를 하되, 합의는 양국 합의에 이르러야만 합의사항이 되는 것"이라며 "한쪽이 주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미FTA에 대해) 불공정무역(이라는) 이의를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지만, 이게 전면적 FTA재협상이라고는 볼순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FTA규정상 미국이 행할 수 있는 권리를 얘기한 것이고, 정식위원회 소집을 말하면 응하고 논의하면 되는 것"이라며 "합의는 두 국가의 견해가 일치해야 합의가 되는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 당시 확대정상회담에서는 통상 문제가 화두였고 설전도 벌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를 당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무역 문제는 미국과 한국에서 공정한 무역협정이 돼야 한다"고 운을 띄우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한다. 이어 "무역불균형과 관련해 보면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적자가 한국적자의 두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자동차·철강분야 사례를 들었다.

사실상 정면공격을 받은 문 대통령은 "한미FTA는 양국간 호혜적"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실무협의를 해나가면 된다"고 응수했다.

이에 미국측 펜스 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USTR(미국 무역 대표부) 대표 등 배석자들은 교대로 우리 대표단에 압박을 이어갔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한국의 새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으로부터 LNG로 에너지 정책 전환을 이미 천명했고 필요한 LNG를 미국이 공급할 수 있다"며 "미국이 좋은 조건만 맞추면 가능한 일"이라며 미국 측을 달래는 일에 들어갔다.

이어 "FTA규정이 불합리한 것인지 FTA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인지 제대로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며 "그래서 양국 실무진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하자"고 역제안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2017.6.15/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2017.6.15/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또 "안보비용과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 무임승차론을 말했는데 한국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GDP 대비 가장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동맹국 중 하나이고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며 주한미군에 주둔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티스 국방장관도 한국에 와봤지만 무려 450만평에 달하는 평택기지는 가장 첨단적으로 건설되고 있고 소요비용 100억불을 전액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역공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잇따라 나서 문 대통령을 뒷받침했다. 특히 김 보좌관은 로스 상무장관과 라이트 하이저 대표와 2대1로 설전을 벌이며 미국 측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분위기가 경직되자 장하성 실장이 이를 농담으로 풀었는데 청와대는 이를 '대화의 주도권'이 넘어오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다.

김 보좌관에 이어 장 실장이 다시 영어로 얘길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이에 장 실장은 "늦었지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며 "제 저서가 중국어 출판 예정이었는데 사드 때문인지 중단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로스 상무장관이 "그러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장 실장 책이 미국에서 번역돼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해 재차 폭소가 나왔다.

이렇게 분위기가 바뀐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상호호혜성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번에 문 대통령과 좋은 친구가 돼 참 감사하다.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한국은 지금까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미국의 안보동맹이었는데 이제 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까지 발전시키자"며 "한미FTA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것이어서 나는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는데 이 자부심이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 양국관계가 발전해나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금년 중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확대정상회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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