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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학 보내느니 차라리 日 유학? 그럴만한 이유 있네

[日로 눈돌리는 한국 청년들]②장학금으로 젊은이 유혹하는 일본
서울 생활비 日 유학과 차이없어…알바 시급도 한국의 1.4배

[편집자주]

일본 도쿄대 앞에서 한 수험생이 대학 합격 여부를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다. © AFP=뉴스1
일본 도쿄대 앞에서 한 수험생이 대학 합격 여부를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다. © AFP=뉴스1

한국의 입시·취업 지옥을 피해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본 유학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집값과 물가는 비싸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과연 그럴까. 실제 대학등록금과 한달 생활비를 조사해본 결과 소문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일본유학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데 드는 비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상당수 학생이 지방에서 서울과 수도권으로 '유학'을 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본 유학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日 4년 등록금, 韓보다 500만원 더 들지만…장학금 기회 많아

등록금만 놓고 볼 때 일본의 대학 등록금은 한국보다 비싼 게 사실이다. 대학교육연구소(KHEI)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국립 일반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은 421만원, 사립 일반대학은 737만원으로 나타났다. 사립대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이 643만원, 자연과학계열이 772만원, 공학계열이 828만원, 예체능계열 826만원, 의학계열 1015만원 순이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 대학의 연간 등록금(수업료)은 국공립대 평균 53만5800엔(약 540만원), 사립대 평균 86만4400엔(약 870만원)이었다. 사립대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은 평균 800만원, 이공계열은 평균 1000만~1200만원선이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따라서 한국은 입학 후 졸업까지 4년간 국공립대 평균 1684만원, 사립대 평균 2948만원의 등록금이 필요하다. 반면 일본 대학 등록금은 국공립대 평균 2160만원, 사립대 평균 3480만원으로 각각 한국보다 476만원, 532만원 더 들어간다. 한해 평균 1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드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대학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대상 장학금이 다양하게 조성돼 있어 실제 부담은 그보다 덜한 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대학생 및 지식인층이 급격하게 얇아지면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자체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수업료를 30~50% 감면·면제해주는 경우도 있다.

실제 서울시 종로구 소재 A 일본유학학원에서는 일본대학에 진학한 학생 10명 중 6~7명 정도는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A학원의 이모 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외국인 장학금을 장려하기 때문에 기본 등록금을 감면해주는 곳이 많다"며 "학교만 성실하게 다니고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 30~100%까지 학비를 감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유학 생활비 月100만원↑…日유학과 차이 없어

학비를 제외한 생활비만 따졌을 때 일본 유학생의 한달 생활비는 한국 대학생의 생활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먼저 2015년 유기홍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대학교육연구소가 공동으로 낸 '대학생 삶의 비용에 관한 리포트-통계로 본 대학 교육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평균 생활비는 주거비용을 제외하고 한달 평균 40만원으로 추산됐다.

서울지역 대학생의 경우 52.6%가 자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서울지역 자취월세는 관리비와 공과금 등을 포함해 평균 6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하숙 62만원, 고시원 58만원, 민자기숙사 50만원, 학교직영 기숙사 43만원, 향토학사 30만원 순이었다. 따라서 지방에서 서울로 학교를 보내는 부모들은 학비 외에도 월 평균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일본 독립행정법인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의 '2013년 사비 외국인유학생 생활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한달 생활비는 전국 평균 8만8000엔(약 88만6500원)이다. 그중 집세가 3만4000엔(34만2500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외 식비 2만7000엔(27만2000원),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이 8000엔(8만원), 여가생활비 5000엔(약 5만원), 교통비 4000엔(4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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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측 통계와 2년간의 조사시점 차이가 발생한다. 2014년과 2015년 일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각각 2.7%, 0.8%)을 반영해보면 일본 외국인 유학생의 2015년 기준 한달 평균 생활비는 총 9만1000엔(약 92만4400원)으로 추정된다. 서울에서 '유학'을 하든 일본에서 유학을 하든 실제 생활비는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日아르바이트 평균시급 1만원…"생활비 충당 가능"

한가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한국과 일본의 아르바이트 평균시급이다. 알바천국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전국 아르바이트 평균시급은 6990원으로 최저임금(6470원)보다 약 500원 더 많다. 반면 일본 아르바이트의 평균시급은 1000엔(약 1만원)으로 한국보다 43% 높은 편이다.

일본 외국인 유학생의 한달 생활비(8만8000엔)를 30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2930엔. 시급 1000엔이면 하루에 3시간만 일해도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일본 내 한국인 유학생의 75%가 아르바이틀 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부모 도움 없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로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모두 벌기 위해서는 일본보다 2시간씩 더 일해야 한다.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대학생의 한달 생활비를 104만원(자취월세 66만원+기타 생활비 40만원)이라고 볼 때 하루 평균 3만4700원이 든다. 아르바이트 평균시급 6990원으로 계산하면 하루 평균 5시간씩 일해야 하는 액수다. 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학부모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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