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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담뱃값 인하 추진에 정치권 "장난하냐"

여당 시절인 2015년 인상…야당 되자 인하 추진
"지금은 건강 나빠져도 되냐" "정부 흔들려 감세"비판

[편집자주]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지정 1주년인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 금연 구역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지정 1주년인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 금연 구역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여당 시절 올렸던 담뱃값을 다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자 26일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당은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담뱃값을 2년6개월여 만에 도로 인하하는 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 관련 세금 2000원을 내리되 2년마다 물가인상분을 반영토록 하는 내용이다.

담뱃값 인하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대선후보 당시 공약으로 한국당 정책위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에서 추진 사실을 공개했다.

한국당이 인하를 추진하는 세금 2000원은 한국당(당시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추진해 2015년 1월1일부터 인상된 금액이다. 

박근혜정부와 한국당은 2014년 9월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담뱃세 인상 추진을 예고했다. 성인남성 흡연율을 44%에서 29%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치도 있었다.

하지만 금연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세수만 예상보다 증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획재정부의 담뱃값 인상효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15년 담배판매량은 전년 대비 23.7% 감소했다. 하지만 감소 효과는 1분기에 집중됐고 7월부터는 평균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세수는 전년 대비 3조6000억원 증가한 10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가 예상한 증가액 8000억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당이 담뱃값 인하 추진 움직임에 정치권은 "자기모순"이라며 맹공을 퍼붇고 있다. 증세를 추진하는 문재인정부와 맞붙기 위해 담배세를 인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들이 올렸던 담뱃세를 이제 와서 내리자는 발상은 자신들이 내세운 인상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라며 "신중하고 정직한 자세로 세금을 다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코미디냐. 누리꾼들이 '정치가 장난이냐'고 비하한다"며 "새누리당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와서 내린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금은 국민건강이 나빠져도 된다는 것이냐"며 "문재인정부를 흔들기 위해 감세안이 나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전건전성을 사명으로 하는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린 것"이라며 "한국당이 극우화됨에 따라 극우정당으로 분류해야 마땅하지만 여기에 더해 포퓰리즘 정당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몰락하는 한국당 의원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나와 바른정당이라는 구축함에 옮겨타시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자기모순도 이런 자기모순이 없다"며 "지난 정권 부자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억지로 짜낸 꼼수가 바로 담뱃값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묘하게 가격을 올려 서민들 호주머니만 털어댄 꼴"이라며 "정권을 잡았을 때는 서민들 호주머니를 신나게 털고, 정권이 바뀌니 선심 쓰듯 담뱃값을 내리자는 후안무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지난 정권의 주체로서 저지른 실정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한국당은 담뱃값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으니 함구하는 편이 오히려 이득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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