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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거부' 최순실, 특검 쏘아보며 "유라 어디 데려갔었냐"

최순실 증언거부에 삼성 측도 반대신문 안하고 재판 종료

[편집자주]

'비선실세' 최순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592억 뇌물'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592억 뇌물'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두 번의 불출석 끝에 이재용 재판 증언대에 올랐다. 최씨는 증언 대신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는데 주력했다. 시종일관 공격적인 태도로 딸인 정유라를 새벽2시부터 어디로 데려갔느냐고 항의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4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끝내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는 재판 내내 화가 난 표정으로 특검을 쏘아보며 지난 12일 정유라의 증인 출석 과정에 대해 항의했다. 최씨가 증언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례적으로 오전에만 휴정이 2회 이뤄졌다.

최씨는 증인 선서를 하기 전부터 "한마디 하겠다"고 했다가 재판부로부터 "선서부터 하라"고 제지를 받았다. 최씨는 재판 시작부터 증언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검의 주신문에서 최씨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딸인 정유라를 특검이 왜 데려갔느냐며 반복해서 불만을 표시했다.

최씨는 선서를 마치자마자 "오늘 자진출석하려 했는데 구인장이 발부돼 놀랐다"며 "오늘은 내가 자진출석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특검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고 확인하고 서명했느냐는 특검 질문을 받고는 "재판장님께 말할게 있다"고 운을 뗀 뒤 "유라를 특검이 새벽 2시부터 오전 9시까지 어디에 유치했는지 당연히 부모로서 물어야했고 정유라가 자진해서 나왔다고 하는데 위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특검에서 삼족을 멸하고 손자까지 가만 두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저는 죄의 대가를 받고 영원히 죄인으로 살겠다. 특검에 증언할 수 없다"고 증언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재판부가 "이 자리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고 답하는 자리다"면서 "(증언을 거부하는데) 왜 나왔냐"고 묻자 최씨는 "나오라해서 나왔다"고 잘라 말했다.

재판부에서 일단 질문을 듣고 증언할 수 있으면 답하라고 요청했으나 최씨는 특검의 질문에 모두 "증언을 거부한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특검 측 박주성 검사를 빤히 쏘아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다시 재판부가 어떤 질문도 거부할 것이냐고 묻자 최씨는 "특검을 신뢰할 수 없고 협박과 회유를 많이 받았다"고 거듭 말하며 "딸을 데려간 것은 제2의 장시호를 만들려는 것 같다. 삼족을 멸한다는 말이 실제 움직이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금 코마상태에 빠질 것 같다"며 "특검의 비정상적이고 회유같은 데 답할 필요 없는것 같고 다른 재판도 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씨의 이같은 태도에 이례적으로 재판이 시작된지 30분만에 휴정이 이뤄졌다. 최씨는 휴정시간에 변호인과 접견했다. 휴정 이후에도 최씨는 특검의 질문 내용과는 상관없이 "검찰에서 조치도 없이 유라를 새벽에 데리고 나갔다", "특검이 잘못된 방식으로 증인채택했고 그 때문에 어미와 자식간에...제2의 장시호를 만드는 것에 끌려갈 수 없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특검 측이 "그렇다면 오늘 삼성 측 변호인 질문에도 모두 거부할 생각이냐"라고 묻자 최씨는 "그건 잘 모르겠다"며 "일단 특검에 신뢰가 없고 애를 새벽 2시에 데려가서 오전 9시까지 어디에서 유치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딸과 저의 목줄을 잡고 흔드는 특검을 믿을 수 없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어 "특검이 강압과 회유 방법을 취하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차 특검이 "변호인 질문에는 개별적으로 판단해 증언거부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최씨는 "재판장이 판단해줘야 할것 같고 장시호가 특검 도우미라는게 말이 되냐"며 "답하고 싶지 않고 재판에서 유무죄가 가려질 거다"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특검은 "포괄적 증언거부는 권리로 인정이 안 된다"고 거듭 말했으나 최씨가 끝내 증언을 거부해 특검은 주신문을 마무리했다. 박주성 검사는 "자발적으로 증언하기 위해 출석했다면서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는 등 무관한 이유를 들면서 증언거부하는 것은 사유가 안된다고 본다"며 "주신문을 상세히 준비했는데 추가신문이 어렵다고 한다면 신문을 마치겠다"고 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날 재판은 삼성 측이 최씨에 대한 반대신문을 하지 않기로 해 오후 2시 개정 5분만에 종료됐다. 재판 말미에 최씨가 할말이 있다며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허락하지 않았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과 처음 대면한 이후 두번째로 최씨와 만나게 됐다. 이 부회장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재판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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