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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원폭피해자-미쓰비시, 항소심 재판 진행 놓고 이견

피해자 측 "피해자들 고령 고려해 판결 빨리해야"
미쓰비시 측 "비슷한 사건의 대법 판단 기다려야"

[편집자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 News1 여주연 기자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을 당했다가 원자폭탄에 피폭된 한국인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첫 항소심 기일에서 재판 진행 속도를 두고 양 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판사 여미숙) 심리로 21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피해자 고(故) 홍모씨와 유족 등 원고 측 대리인은 "피해자 가족들의 나이 등을 고려해 일찍 판결이 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현재 피고인 미쓰비시 측은 같은 피해를 입은 중국인 노동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화해를 하려고 하지만 우리한테는 그러지 않고 있다"며 "미쓰비시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니 이를 강제로 하라는 게 1심 판결이었다"고 강조했다.

양국 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간 손해배상청구권이 사라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사건에 대해선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게 일본 법원의 판결이었다"며 "2심 등 하급심에서도 의미있는 결정이 빨리 나오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고 측은 현재 비슷한 사건을 판단하고 있는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보고 이번 사건의 심리를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고법에서 판결을 선고해도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리면 판결이 다시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피고 측 대리인은 "(미쓰비시가 합의를 하려하는) 중국인 피해자의 경우는 정치적인 문제로 이 법정에서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번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법조인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 측이 중국과는 달리 한국인 피해자들과는 합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측 대리인에게 미쓰비시 측의 의견을 물어보라고 요청했다. 10월 열릴 예정이던 변론은 일단 미루기로 했다.

홍씨 등 14명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지난 1944년 9월 일본에 의해 강제징용돼 히로시마의 미쓰비시 군수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이듬해 8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고 홍씨 등은 태평양전쟁 종전 전후로 어렵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홍씨 등은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피폭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신체장해도 겪었다. 이들은 2013년 7월 미쓰비시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홍씨 등은 이후 모두 세상을 떠나 가족들이 소송을 이었다.

1심은 지난해 8월 "피해자 1인당 9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홍씨 등을 강제연행하고 강제노동을 하게 한 건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라며 "원폭 투하 후 구호하지 않고 방치한 건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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