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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완전히 바꿔야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정답 감별능력만 키우는 수능, 인재양성 못해"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교육포럼서 주장

[편집자주]

대전 괴정고 3학년 학생들이 지난 7월 교내에서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 <br />/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대전 괴정고 3학년 학생들이 지난 7월 교내에서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대한민국 교육을 혁신하려면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용적 지식평가'(지식 암기여부 확인)가 아니라 '발산적 사고평가'(개인의 사고력 점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교육포럼 '교육평가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인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은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과 좋은교사운동이 주최했다.

이 소장은 지난 2014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출간해 교육계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우등생들의 공부비법이 '강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 없이 교수의 모든 언어를 받아 적어 달달 외우는 것'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서술한 내용이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수능무용론'을 주장했다. 이 소장은 "2017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45문제 중 '다음 중 OO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묻는 게 25개, '다음 중 OO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을 묻는 게 19개였다"며 "우리 수능은 이처럼 대동소이하게 만든 5개 보기 가운데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내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형태로 창의인재를 기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각국의 대입시험문제를 보면 그 나라가 교육을 통해 어떤 능력을 키우고 어떤 인재를 양성하려는지 알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정답 같은 것들 속에서 정답을 감별해내는 능력을 가진 학생을 우등생으로 평가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여부에 대해서도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험문제 자체가 바뀌지 않는데 절대평가가 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 소장은 평가체제 변화를 위한 롤모델로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와 IGCSE를 거론했다. IB는 스위스 비영리기관 IBO(국제학위협회)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공인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이다. IGSCE는 영국에서 개발한 국제공인 중등교육과정이다.

그는 "하나는 대입, 다른 하나는 중·고등학교에 적용되지만 궁극적으로 시험의 철학은 같다"며 "암기한 지식을 확인하는 시험이 아니라 습득한 지식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시험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B를 예로 들면 시험문제가 이렇다. '전쟁 후 평화 합의는 새로운 갈등을 야기한다. 최소 2개 이상의 관련 사례를 들고 논하시오'와 같은 식이다.

이 소장은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자신의 관점과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타당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결국 문학작품, 신문사설, 과학도서 등을 끊임없이 읽고 토론해야 대비할 수 있다. 글도 자신만의 언어로 설득력 있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의 내일을 위한 시험체제 변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평가가 바뀌면 학생들의 공부법, 교사들의 교수법, 교육과정, 교과서, 교육을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뀐다"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고 객관식 정답찾기 시험에만 전력질주 하는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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