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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한살 아기의 '외로운 죽음'…게임중독 부모가 부른 '비극'

시흥 한 살배기 폭행치사 사건…배고파 칭얼대는 아기 주먹폭행
세 자녀 뒤로한 채 10시간 넘게 PC방 게임…양육비 게임에 탕진

[편집자주]

한 살 생일을 보름가량 앞두고 아빠에게 맞아 숨진 희망이(가명)의 묘. 희망이의 장례는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치렀다. © News1
한 살 생일을 보름가량 앞두고 아빠에게 맞아 숨진 희망이(가명)의 묘. 희망이의 장례는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치렀다. © News1

희망이(가명·생후 11개월)는 태어나 첫 생일인 돌을 약 보름 앞둔 지난 4월4일 하늘나라로 떠났다.

희망이는 죽기 며칠 전 아빠 윤모씨(31)에게서 복부 주먹폭행을 당했고 시름시름 앓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아빠 윤씨는 희망이가 칭얼댄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 바로 시흥 한살배기 폭행치사 사건 이야기다.

◇게임에 빠진 비정한 부모…외롭게 죽어간 희망이

희망이의 사인은 '장파열'. 배고파 울던 희망이는 아빠 윤씨가 행사한 폭력에 의해 그렇게 떠났다.

희망이는 그토록 짧은 삶을 사는 동안에도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희망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그의 아빠와 엄마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었다.

희망이에게는 세 살 위 형과 두 살 위 누나가 있었지만 부부는 자신들이 낳은 세 자녀가 아닌 게임 속 캐릭터 육성에 몰두했다.

윤씨 부부는 희망이가 태어난 지 1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5월부터 11개월 동안 모두 99차례에 걸쳐 PC방에서 게임을 즐겼다.

PC방에 갈 때마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13시간씩 게임을 했다.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거나 용변을 받아주는 일도 잊은 채 모니터를 통해 표출되는 캐릭터에 집중했다.

돈이 생기면 PC방으로 갔고 그곳에서 온라인 게임에 몰두했다.

심지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자녀 양육을 위해 지급하는 보육지원금 마저도 대부분 게임하는데 탕진했다.

세 자녀를 어린이집 등에 보내지 않고 지원금(매월 40만원)이 통장에 입금되면 부부는 자녀들을 방치한 채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씨 부부가 PC방에 가 있을 동안 걸음마도 떼지 않은 희망이, 그리고 형과 누나는 주린 배를 잡고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 아빠를 기다려야만 했다.

희망이는 숨질 당시 체중이 6.1㎏으로, 정상아기 체중(9.8∼10㎏)의 60%에 불과했다. 형과 누나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육상태가 좋지 않았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사랑 갈구하던 자녀에 손찌검…폭력 휘두른 아빠


윤씨는 그런 아이들을 가엽게 여기지 않았다. 사랑받기를 원하는 자녀들의 요구를 짜증으로 대하며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칭얼대는 희망이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올 3월29일에는 아내 안모씨(22)와 함께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술을 마시던 중 희망이가 칭얼대자 '시끄럽다'며 주먹으로 희망이의 배를 2차례 세게 때린 뒤 부엌에 방치했다.

안씨는 그런 윤씨를 말리지 못했다.

윤씨는 이튿날 또 다시 울고 있던 희망이를 바닥에 눕힌 채 배를 주먹으로 2차례 세게 때렸다. 희망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윤씨는 배부위 폭행을 반복한 뒤 방치했다.

폭행이 이뤄지던 당시 윤씨는 아내와 함께 PC방을 찾았으나  '게임 점검'으로 인해 잠시 귀가했던 때였다.

윤씨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지난해 4월18일 세상에 나온 희망이는 1년이 채 안 된 올해 4월4일 장간막 및 소장의 열창, 장 천공 등에 의한 배 부위 손상으로 숨졌다.

◇불우했던 가정환경 대물림 '안타까움 더 해'

윤씨 부부는 희망이를 비롯한 세 자녀와 함께 보즘금 60만원에 월세 43만원짜리 원룸(26㎡·약 8평)에 살고 있었다.

윤씨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거리 얻어 생계를 이었으나 수입은 많지 않았다. 월세와 휴대전화 이용료 등을 내고나면 자녀들이 입을 옷가지 등을 살 형편이 못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활은 항상 힘들었다. 세 자녀 가정이었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남감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냉장고에도 계란 몇 개 말고는 별다른 음식이 들어있지 않았다.

쌀이 떨어져 자녀들에게 밥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윤씨와 부인 안씨는 2012년 8월, 결혼식을 치르지 않고 혼인신고로 정식 부부가 됐다. 당시 안씨의 나이는 18세.

이들 부부의 삶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윤씨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고 이후 어머니가 재혼을 택하면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등 불우한 성장과정을 겪었다.

안씨 역시 친부모의 이혼 및 재혼으로 2~3세의 어린 나이부터 양육자가 빈번히 바뀌는 등 불안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안씨는 가출을 반복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당시 손님으로 알게 된 윤씨에게 의지하게 됐고 동거생활 중 혼인신고로 부부가 됐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가정을 꾸릴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였고 결국 '자녀 폭행치사'라는 비극을 맞았다.

희망이의 죽음은 부모의 불우한 성장과정이 대물림 돼 초래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을 상징하는 깃발이 놓여있다. 2015.9.16/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을 상징하는 깃발이 놓여있다. 2015.9.16/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 8월 말 희망이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윤씨에게 징역 12년을, 윤씨의 학대를 방조한 안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부부 모두에게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노호성 부장판사는 판결에서 "불우한 성장과정과 어려운 경제적 생활환경 등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도 있지만 아동학대범죄는 성인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스스로 방어하거나 생존을 유지할 능력이 없어 보호의 필요성이 큰 아동에 대해 위해를 가해 아동의 정신과 신체에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엄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희망이의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자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협조를 얻어 시흥의 한 장례식장에서 희망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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