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무서운 세상" 선택 아닌 필수된 '등하원 도우미'

아동대상 강력범죄에 등하원 도우미 수요 급증
비용부담·신뢰 문제…직장 포기하는 엄마들까지

[편집자주]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유치원, 학교가 끝나면 동네 놀이터에서 어둑해질 때까지 놀다가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에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 이제는 TV 속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최근 아동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자녀들의 '등하원 도우미'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등하원 도우미 고용은 '선택'이 아닐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출퇴근 시간이 자녀의 등하원 시간과 맞지 않기 때문에 특히나 등하원 도우미가 필수인 상황이다. 

12개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한 여성은 인터넷 육아 관련 카페에 이달 복직을 앞두고 있다며 등하원 도우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녀는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먼저 한 말이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하라'였다며 "복직을 미룰까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어 급하게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가 어린이집 적응훈련 기간이라 며칠 전 오후 9시쯤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우리 아이 밖에 없더라"며 "물어보니 대부분의 부모들이 등하원 도우미를 통해 아이를 데려갔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복직할 날이 다가올 수록 걱정된다"는 그녀는 "아침에 혼자 가서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부모가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릴 아이를 생각하니 등하원 도우미를 써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그녀의 이같은 하소연에 다른 워킹맘들은 맞벌이 부부의 대부분이 등하원 도우미를 쓰고 있다며 "부모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추가로 돈을 등하원 도우미에게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아닌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인천 초등생 납치·살인 사건 등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워킹맘은 10월부터 등하원 도우미가 그만두게 됐다며 "혼자 (돌봄교실까지 가는) 차를 타러 나가라고 하기에는 불안하고, 돌봄교실 선생님은 차량까지 인솔이 불가능하다고 하고…신랑은 혼자 할 수 있을 거라며 믿어보자고 하는데, 세상이 무서워서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이라는 한 여성도 "아이가 본인의 안전에 책임을 질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며"이번에 인천 초등생 납치·살인사건 이후 불안한 마음에 힘들어도 직접 하는게 낫겠다 싶었는데, 곧 셋째 아이 출산이 다가오니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또 다른 워킹맘은 아이 걱정에 '도청장치'까지 생각했다며 "인천 초등생 납치·살인사건 기사를 보면 볼 수록 무서워서,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해야 하나, 고민이다"고 밝혔다. 

이에 상당수 워킹맘들은 아이와 직장, 둘 중에 직장을 포기하기도 한다. 3살, 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이모씨(30)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해에 직장을 그만두고자 한다"며 "그동안 친정 어머니가 아이들을 봐줬는데, 계속 부탁하기도 죄송하고 아무래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손이 많이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워킹맘들이 직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지는 이유 중에는 비용부담과 신뢰성 문제가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등하원 도우미의 시급은 지난해 7000원~1만원에서 수요가 높아진 최근 1만5000원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에 아이가 입학하면서 시급 8000원에 하루 2시간씩 등하원 도우미의 도움을 받게 됐다는 한 워킹맘은 "도우미가 최근 가정일도 도울테니 종일제로 150만원의 월급을 요구하더라"며 "혹시나 아이를 못 돌본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거절하지 못하고 150만원의 월급을 드리고 있는데, (비용부담 때문에) 생활이 말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아이만 제대로 믿고 맡길 분이면 되겠지 했는데, 비용부담이 고민이다"고 말했다. 

아이를 책임지는 도우미의 신원확인 등도 중요하지만 민간영역이다 보니 아직까지 확실한 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엄마들 사이에는 '좋은 도우미 만나는 것도 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도우미의 신원을 알려주는 등 나름의 제도를 갖춘 민간영역 차원의 업체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알음알음으로 도우미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아이의 등하원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 도우미 역할도 함께 하며 최소 2시간 이상씩 고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등하원 도우미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 역시 길기 때문에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25개월짜리 아이를 키우며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한 여성은 조리원에 있는 동안 첫째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등하원 도우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즘 세상이 무서워 (아무에게나) 맡길 엄두가 안난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녀는 출산 후 조리원에 있는 기간을 줄여 첫째 아이의 등하원을 스스로 책임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등하원 도우미 채용을 생각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은 "세상이 무섭다보니 직접 면접을 보고 채용하려고 하는데, 조금 염려가 된다"며 건강진단서 제출을 요구할 생각인데 괜찮을지 육아카페를 통해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등하원 도우미에 대한 이같은 의견에 여가부 관계자는 "아이돌봄서비스의 경우 이동 시간과 교통비 등을 고려해 2시간 이상씩 이용 가능하게 돼 있다"며 "시간제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아이돌봄서비스의 경우 가정 내 돌봄도 함께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등하원만을 위한 목적에는 아무래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맞춤형이 좋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 예산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전체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