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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특수' 만끽 아모레·LG생건, 짝퉁화장품 단속엔 소홀

위조품 유통업자 '잔칫날'인데 양사 "추가 모니터닝 없어"
브랜드가치 보호위한 면세품 구매수량 제한과 배치 지적

[편집자주]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올해 중국 ‘광군제(光棍節)’ 행사서 역대 최대 거래액을 경신했지만 '위조(짝퉁) 화장품' 모니터링 등 단속 활동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짝퉁화장품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주요브랜드인 '설화수' '이니스프리'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등 위조품을 생산·유통한 현지 업자들이 최근 잇따라 징역형을 받았다.

아울러 중국소비자·인터넷협회 발표 '중국 화장품 안전지수 보고'에 따르면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유명화장품 브랜드 제품 20%는 짝퉁화장품으로 조사됐다. 

양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금액이 거래된 광군제날 추가적인 모니터링·단속 활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국내면세점에서 구매수량 제한까지 나서며 자사 브랜드가치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15일 중국 현지 업계와 코트라에 따르면 광군제 날인 11월11일 알리바바그룹 온라인몰(티몰·타오바오)에서의 하루 매출만 28조3000억원에 달해 하루 바짝 한몫을 챙기려는 업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651억원을 올려 지난해 광군제 대비 53% 증가했다고 밝혔고 LG생건은 티몰닷컴에서 화장품 매출이 68%, 생활용품 매출 104%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지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바바그룹 온라인몰과 징둥닷컴 등을 합치면 매출 50조원을 훌쩍 넘는 만큼 광군제 당일 짝퉁이 상당수 유통됐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현재 온라인몰은 위조 화장품의 진원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추형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해외협력팀장은 "광군제 위상이 높아져 당일 위조상품을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충분히 늘었을 것"이라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보다 의미가 더 커진 만큼 기업들도 모니터링 강화와 더불어 관련 기관에 지원요청을 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국내외 지식재산권 보호와 조사·연구 활동을 펼치고 기업들의 해외 위조상품 단속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코트라도 보고서를 통해 "전자상거래가 발전하고 중국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위조 화장품 유통라이 온라인으로 전이됐다"며 "위챗 등 SNS를 통한 짝퉁 화장품 판매가 증가해 단속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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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2년 중국 당국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이니스프리·헤라·라네즈 등의 상표와 디자인을 베낀 위조화장품을 생산·판매한 업자들에 대한 형사처분 사건은 적어도 4건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니스프리 사례 경우 산동성에 거주하는 업자 2명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모바일메신저 '위챗'을 활용해 위조품을 불법적으로 판매하다가 적발됐다.

밝혀진 불법 판매 금액은 820만 위안(14억원)에 달했고 공안은 업자들을 체포하고 폼클렌징 1만99개, 파우더 6만8428개, 마스카라 5만3221개 등 약 380만 위안(6억6000만원) 상당의 위조 화장품을 압수했다.

특허청과 코트라가 공동으로 4년간 종결(2012~2016년)된 중국 인민법원 판결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온라인몰에서 적발된 짝퉁화장품 90% 이상은 알리바바그룹 소속 온라인몰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15년 중국 온라인쇼핑몰 판매 물품 10개 중 4개는 짝퉁 또는 불량품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알리바바그룹 측은 이후 짝퉁제품을 퇴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초 알리바바 쇼핑몰 '타오바오'를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으로 다시 분류했다.

USTR 측은 "여전히 짝퉁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미국의 혁신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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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광군제 기간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한 매출 특수를 알리는 데만 집중하면서 짝퉁화장품 단속을 위한 활동은 등한시했다. 양사 모두 광군제 동안 추가적인 모니터링은 없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자사 브랜드 보호를 위해 중국의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온라인몰에서의 추가적인 단속은 없었다"고 답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알리바바그룹과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MOU를 맺고 상시 모니터닝 협업을 하지만 LG생건은 그마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생건 관계자는 "광군제라고 해서 특별히 모니터링을 강화하진 않는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국내면세점에서 구매수량 제한에 나서는 등 자사 브랜드가치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제 짝퉁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는 현지에선 안일한 대응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양사 관계자는 "면세점 내 자사 제품 구매수량을 제한은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려는 한 방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올초 알리바바그룹은 타오바오에서 짝퉁 스와로브스키 시계를 판매한 입점업체 2곳의 계약 위반과 영업권 침해로 약 2억4000만원 상당 피해를 봤다며 중국 선전시 인민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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