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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비 늘린다더니 되레 감축?"…과학자들, 국회 설득 나서

16일 예산소위서 기초연구지원 사업 예산 400억 감액
과학자들, 국회의원들에게 "기초연구비 삭감 철회, 증액안 통과 촉구"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가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확대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내년 기초연구비가 삭감될 위기에 처하자 이에 반발한 과학자들이 직접 국회 설득에 나섰다. 

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호원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 19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브릭) 홈페이지에 '2018년 기초연구비가 삭감될 위기'라는 글을 게재, "기초연구비 삭감 철회, 증액안 통과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기초연구사업 예산 삭감은 기초연구 확대의 필요성과 배경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라 판단, 연구자가 직접 예산소위 소속된 15명의 국회의원들을 설득하자는 취지다. 

호 교수는 지난해 이 사이트를 통해 '연구자주도 기초연구지원 확대'를 요구, 총 1458명이 참여한 국회청원을 주도한 인물. 

호 교수가 또 다시 연구자들의 단체행동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당초 예상대로 기초연구비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개인 기초연구지원사업' 예산이 1조4200억원으로 400억원 감액 결정됐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기초연구사업비(1조4600억원)는 물론, 당초 정부에서 약속했던 1조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호원경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며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 기초연구사업 2배 확대 약속이 이행될지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삭감 대상사업이 개인기초연구라 개인연구자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연구자 주도 자유공모 연구지원과제' 예산 증액을 국정과제에 포함해 오는 2022년까지 2조52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지원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려면 올해 최소 1조5000억원으로 증액돼야한게 과기계의 주장이다. 그간 과기정통부도 2018년 1조5000억원으로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안 편성 조정과정에서 올해 대비 기초연구사업비의 증가율이 높다는 이유로 1조5000억원에서 400억원을 삭감해 1조46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구자들의 지원확대 요구를 수용해 지난 11일 기초연구비 관련 예산을 정부가 제출한 1조46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400억원 증액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후 예결위 소위에서 열린 예산 감액 심사 과정에서 예산 400억원이 깎였다. 예산소위에서 결정된 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내년 기초연구비는 1억4200억원으로 당초 계획인 1조5000억원보다 800억원이나 줄게 된다.

호 교수는 "지난해 연구자주도 기초연구지원 확대를 위한 국회 청원 관련 올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청원 의견서에는 기초연구지원사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라고 명시돼 있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첫 단계가 2018년 예산안의 기초연구사업비 증액"이라고 강조했다. 호 교수는 이번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윈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편, 개인 기초연구지원사업 예산에 대한 증액 심사는 이번 주 내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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