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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도움 없이 내 스스로 커피 주문…행복했다"

세광학교 시각장애 학생들 '점자 메뉴판' 개발
학생회 SNS에 메뉴판 요청하면 보급할 예정

[편집자주]

감각(점자)메뉴판을 들고 있는 세광학교 학생 (광주 세광학교 학생회 제공)© News1
감각(점자)메뉴판을 들고 있는 세광학교 학생 (광주 세광학교 학생회 제공)© News1

"태어나 처음으로 누구의 도움 없이 카페에서 내가 직접 커피를 주문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직접 나서 카페나 음식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점자 메뉴판'을 만들어 보급에 나섰다. 

18일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 세광학교에 따르면 학생회가 만든 '감각(점자) 메뉴판'을 광주 수완지구의 라부떼이으 카페에 비치했다. 

점자 메뉴판은 메뉴와 가격 등을 시각장애인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로 제작했다.

세광학교 고수빈양(19)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항상 누군가에게 물어봐야하고, 상대도 귀찮아 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 소심해져 항상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며 "그럴때마다 내가 직접 메뉴판을 볼 수 있다면 직접 고르고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았었다"고 개발배경을 설명했다.

고양은 "감각 메뉴판을 통해 태어나 처음으로 카페에서 직접 음료를 주문했다"며 "스스로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학생회는 점자 메뉴판을 원하는 매장이 있을 경우 세광학교 학생회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sekwangsc)로 요청하면 제공할 방침이다.

학생회가 점자 메뉴판 제작에 나선 것은 올해 초. 학생회 회의 중 카페나 음식점에서 타인이 읽어주는 메뉴에 의존하다 보니 자존감도 낮아지고, 미안한 마음에 항상 같은 메뉴를 시키곤 한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나왔다. 

감각(점자) 메뉴판을 통해 주문 하는 모습. (광주 세광학교 학생회 제공)© News1
감각(점자) 메뉴판을 통해 주문 하는 모습. (광주 세광학교 학생회 제공)© News1

이에 학생회는 사회의 배려를 기다리기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시도하기 위해 학기 중 시간을 내 점자 메뉴판 만들기에 나섰다. 

학생회는 직접 메뉴판 디자인부터, 글씨 포인트, 점자스티커 부착, 확인작업을 거쳐 감각 메뉴판을 완성했다.

저시력자의 경우도 스마트폰으로 메뉴판을 촬영한 뒤 확대해서 주문을 하는 불편이 있었으나 점자 메뉴판이 개발돼 어느 정도 불편해소가 기대된다.
 
박혜원양(17·저시력)은 "평소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서 보는데 찍는 순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감각 메뉴판을 통해 누군가에게 묻지 않고 나 혼자 선택할 수 있어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자존감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윤양(17·저시력)도 "매번 하는 것처럼 눈치 보며 사진을 찍을 필요 없이 큰 글씨로 볼 수 있어서 편했다"며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이러한 감각메뉴판을 보고 좀 더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임병진 세광학교 교사(33)는 "학생들에게 항상 살아가면서 불편한 게 있으면 능동적으로 해결 하도록 조언한다"며 "사회의 배려에 앞서 학생들 스스로 자립심을 키워야 된다는 측면에서 점자메뉴판은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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