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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우디 이어 '온건화'…"이슬람 율법위반 체포안해"

이란 경찰청장 발표…"처벌 대신 '교육' 우선시"
온건 로하니 신념 현실화…여성 복장 유연해질까

[편집자주]

이란 국기 벽화 앞을 지나가는 이란 여성. © AFP=뉴스1
이란 국기 벽화 앞을 지나가는 이란 여성. © AFP=뉴스1


이슬람 율법을 강경하게 집행해오던 중동의 두 패권국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가 젊은 왕세자 주도의 온건화 개혁에 나선지 1년도 안 돼 이란도 이슬람 율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완화하는 온건화 조치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라히미 이란 경찰청장은 2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경찰 지도부 결정에 따라 이슬람 율법을 지키지 않는 이들은 더는 구금시설에 갇히지 않으며 법적 소송을 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율법 위반자들을 처벌보다 교육 등 '교화'로 다스리겠다는 방침이다.

라히미 청장은 "이란 경찰은 (이슬람 율법과 관련한) 수업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금껏 7913명이 이 수업을 통해 교육받았다"면서 이러한 상담센터는 테헤란 지역에만 100곳이 넘게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라히미 청장은 이슬람 율법 중 정확히 어떤 규정을 어긴 이들이 처벌을 면제받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러한 유화 조치가 언제부터 도입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이전까지 이란에서 보이지 않던 온건화 조치로 평가된다. 라히미 청장의 전임자인 호세인 사제디니아는 지난해 4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 등을 적발하는 이슬람 율법 집행 담당 '도덕경찰' 7000여명을 사복을 입혀 투입했다고 밝혔다.

라히미는 올 8월 갓 취임한 경찰청장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둘러진 테헤란 거리를 거니는 이란 여성. © AFP=뉴스1
크리스마스 장식이 둘러진 테헤란 거리를 거니는 이란 여성. © AFP=뉴스1

일각에서는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집권해 올해 재선에 성공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경찰이 종교 율법을 집행할 당사자가 아니라고 본다.

그는 지난 2015년 경찰 간부와 회담에서 "이슬람 율법을 집행할 의무는 경찰에 있지 않다"며 "많은 종교적 문제는 개인적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은 강경한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비판받았지만, 이후 이란 거리에서는 대체적으로 부드러운 방식의 율법 단속이 이뤄졌다고 AFP는 전했다.

이란 경찰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복장을 착용한 여성을 적발했다는 보도도 크게 줄었다.

관련 통계는 적지만 테헤란 교통경찰은 2015년 여성이 차량 안에서 율법에 어긋나는 복장을 한 4만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여성들은 벌금을 물거나 차량을 잠시간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의무적인 히잡 착용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전후를 가르는 상징과도 같다. 이란 강경파는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할 문화로 보고 있으나 여러 부유한 지역에서는 점차 헐겁고 다채로운 색깔의 히잡 착용이 이뤄지고 있어 단속은 어려워지는 실정이라고 AF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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