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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신화 보고 있나?…스승 향한 정현의 '감동 스토리'

호주오픈 8강전서 샌드그렌 완파…한국인 첫 메이저 4강 위업

[편집자주]

정현이 24일(한국시간) 호주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 AFP=News1
정현이 24일(한국시간) 호주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 AFP=News1

그랜드슬램 대회 4강이라는 한국 테니스의 새역사를 쓴 정현(22·한국체대). 그에게는 감동의 스토리도 숨어 있었다.

정현은 24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호주오픈, US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4강진출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1981년 US오픈 여자 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 단식 이형택의 16강이 한국 테니스의 역대 최고 성적이었지만, 정현이 그 기록을 한 단계씩 넘어서고 있다.

이미 8강에서 조코비치를 꺾으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정현이다. 어린 시절 고도근시와 난시로 인해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색 코트를 바라보는 것이 낫다는 의사 권유로 테니스에 입문한 점, 그런 이유로 스포츠고글을 끼고 경기에 임한다는 점 등도 주목받았다.

16강전 승리 후에는 사인 이벤트로 카메라 렌즈에 '보고 있나'라고 적은 메시지가 화제를 모았다.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서는 중계가 끝나면 승자가 카메라 렌즈에 사인을 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정현의 메시지는 정확히 '캡틴, 보고 있나?'였다. 이 배경으로는 감동의 스토리가 자리하고 있다. 메시지의 대상은 정현의 '스승'인 전 삼성증권 테니스 팀의 김일순 감독이다.

정현은 고교 시절부터 국내 최고 유망주로 꼽히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4년에는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도 받았다. 그런 정현에게 2015년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다. 정현의 소속팀이던 삼성증권 테니스 팀이 해체하게 된 것.

팀이 해체하면서 정현의 스승이던 김일순 감독은 물론, 윤용일 전 코치, 동료 선수들은 모두 소속팀을 잃었다. 그러나 정현만은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정현 입장에서는 스승,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을 터다.

16강전을 마친 뒤 나온 '보고 있나' 메시지는 당시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좋은 성적을 거두면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겠다는 정현의 약속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스승에게 다부진 메시지를 전한 정현은 이틀 뒤 열린 8강에서도 샌드그렌을 완파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그랜드슬램 준결승에 오른 것은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현은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계속 응원해 달라"며 "(준결승이 열리는) 금요일에 뵙겠다"고 말했다. 김일순 감독이 지켜봐야 할 정현의 2018 호주오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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