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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공공SW사업 참여금지…"혁신성장 막는 규제"

대기업 공공SW 입찰제한 후 중견기업 이익 되레 하락
"ICBMA 등 신사업만이라도 대기업 진입규제 풀어야"

[편집자주]

자료사진.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 초청 컨퍼런스가 열렸다. 2018.1.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자료사진.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 초청 컨퍼런스가 열렸다. 2018.1.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초연결, 융합이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참여금지가 관련 산업발전을 막는 규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벤처·스타트업들의 규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스마트시티 등 생태계를 위해선 IT서비스 대기업을 모든 공공 SW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시급히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13년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SW가 활용되는 모든 정부 발주사업은 국내 대기업의 참여가 원칙적으로 막혀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정부업무보고에서 2021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세부계획을 짠 뒤 내년 상반기 세종, 부산 등에 국가 시범 스마트 도시를 조성한다.

하지만 정부의 스마트시티 사업 사업자 선정 입찰 공고엔 '국내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은 참여 불가'로 자격요건이 명시돼 있다. 현행법에 따라 SW를 활용하는 사업은 모조리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참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전에 발주기관에 관련 내용을 선(先) 제안하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업별로 심의자료를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입찰 참여의 길이 열린다. 여기엔 3개월 정도 시간과 비용이 든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사업이라 대규모 시스템을 설계,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다. 대기업이 참여할 길을 열어줘야만 관련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요구가 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을 위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제안하고 싶어도 해당분야 시장에 정부 예산으로 진행되는 시범사업, 계획수립 등은 대기업 참여 규제에 막혀 있다"며 "기업들이 발빠르게 투자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선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같은 대기업들이 앞다퉈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관련 기업을 인수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사업만이 아니다. 재난안전정보를 표준화하고 폐쇄회로(CC)TV관제센터를 지능화하는 '지능형 안전망 구축 사업', 클라우드 기반의 행정정보 통합 연계 및 AI기반 행정서비스, 챗봇을 활용한 대국민 지능형 민원 서비스 구축 등 지능형 정부 사업이 모두 대기업 참여 규제에 막힌 상태다.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개정한 소프트웨어진흥법이 정책적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경영정보학회가 2015년8월 발표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 실효성 연구'를 보면 진흥법 개정 후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중견·중소 SW기업의 이익은 오히려 낮아졌다. 중견기업(매출 300억원 이상)의 경우 평균매출은 2012년 809억원, 2013년 896억원, 2014년 977억원 등으로 늘었지만 과잉 경쟁, 해외 제품에 대한 가격협상력 부족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2.1%, 1.6%, 0.1%로 크게 하락했다.
 
IT업계는 이른바 'ICBMA(IoT, Cloud Computing, Big data, Mobile, AI)' 등 신기술 영역 사업, 융·복합형 혁신 사업, 신기술을 적용한 선제안형 사업만이라도 대기업 진입 규제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이 어렵다면 융·복합 IT기술을 보유한 중견·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업한 컨소시엄에 대해 입찰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대기업 참여를 전면 제한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모든 SW사업에 국내 대기업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가 없어지지 않으면 다른 여타 규제 개선 노력에도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SW 신기술·신산업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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