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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자비로 자원봉사' 일본·미국·이탈리아 3인 3색 인터뷰

"올림픽 봉사만 4번째"부터 "언어봉사 즐거워"

[편집자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 개촌일인 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평창동계올림픽 강릉선수촌 국기게양대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서오세요'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2018.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 개촌일인 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평창동계올림픽 강릉선수촌 국기게양대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서오세요'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2018.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클라우디오 부리가나(Claudio Burigana·51), 나탈리 터튼(Natalie Turton·20·여), 케니치 이와타니(Kenichi Iwatani·22). 세 사람은 한 달 전만 해도 이탈리아 베네치아, 미국 오타와, 일본 나라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이들은 대한민국 강릉에 모여 '올림픽'의 한 조각을 채웠다.

올림픽은 세계의 선수와 관중이 모이는 글로벌 축제다. 성공적이고 안전한 올림픽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봉사자들 역시 세계 각국에서 모인다.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62개국에서 1만4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봉사 기간 숙식을 제공받지만 개최지까지 항공편 등은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해외 올림픽 자원봉사에 나선 이유가 뭔지 들어봤다.

◇올림픽 자원봉사만 4번째…"스포츠가 멋진 삶 만들어"

이탈리아에서 온 올림픽 자원봉사자 클라우디오 부리가나(Claudio Burigana·51) © News1 김다혜 기자
이탈리아에서 온 올림픽 자원봉사자 클라우디오 부리가나(Claudio Burigana·51) © News1 김다혜 기자

부리가나는 2006 토리노·2014 소치 동계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부리가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마라톤 같은 운동경기를 기획·실행하는 일을 한다"며 "자원봉사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경험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전통과 문화를 체험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마라톤 등 스포츠 행사가 많은 여름엔 유급으로 일하고, 겨울엔 행사가 적어 여유가 있으니 같은 분야에서 봉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선 관동 하키센터에서 관중들의 입장과 퇴장을 돕고 버스 타는 곳 등 각종 정보를 안내해주는 EVS(이벤트 서비스) 역할을 맡았다.

개최국에 오래 머물며 그 나라 문화를 배울 수 있단 점도 매력이다. 그는 "한국 음식은 이탈리아와 요리법이 크게 다르고 매운 음식이 많아 낯설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좋다. 일하지 않을 땐 동료들과 숙소가 있는 속초의 맛집들을 탐방하며 여러 음식을 먹어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리가나는 "스포츠는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오랜 훈련도, 팀워크와 공정한 규칙 속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경기를 즐기는 것도 모두 우리의 삶을 더 멋지고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부리가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예로 들며 "스포츠가 평화를 만든다는 것이 멋지지 않나"라고 말했다.

◇"4개월간 살게 될 한국, 미리 와서 즐기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온 올림픽 자원봉사자 나탈리 터튼(Natalie Turton·20·여) © News1 김다혜 기자
미국에서 온 올림픽 자원봉사자 나탈리 터튼(Natalie Turton·20·여) © News1 김다혜 기자

3월부터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예정인 터튼은 세계적 축제인 올림픽을 경험하고 더 많은 한국인을 만나고 싶어 자원봉사에 지원했다. 터튼의 학교 친구 20여명도 그녀와 함께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미국과 다른 문화와 삶의 방식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터튼은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루지 선수들을 에스코트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최고의 순간으로 팀 계주 경기장에서 일할 때를 꼽았다. 팀계주는 이틀 동안 4번 주행한 기록을 합산하는 개인종목과 달리 하루에 1번 주행한 기록으로 승부가 갈려 긴장감이 더욱 크다.

터튼는 "4년이란 긴 준비의 종착점 같은 순간이었다. 선수와 코치, 관중 모두가 최고의 성적을 응원하고 있었다"며 "그 엄청난 에너지 속에 함께 있을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정상급 선수들을 가까이서 만난 것 역시 올림픽 자원봉사의 묘미였다고 덧붙였다.  

숙소에서 슬라이딩 센터까진 차로 1시간30분. 아침 근무조일 땐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했지만 터튼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아리아리'(순우리말인 평창 올림픽 공식 인사말)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면 참 반갑다"며 "한국인들은 언제나 도움을 주려고 한다. 정말 친절하다"고 말했다.

◇"언어 봉사 즐거워…2020도쿄올림픽도 참여하고파"

일본에서 온 올림픽 자원봉사자 케니치 이와타니(Kenichi Iwatani·22) © News1 김다혜 기자
일본에서 온 올림픽 자원봉사자 케니치 이와타니(Kenichi Iwatani·22) © News1 김다혜 기자

이와타니는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언어 봉사에 관심이 많은 이와타니는 외국어통·번역자원봉사자연합 회원이기도 하다. 오는 8월엔 일본어를 가르치기 위해 미국에 간다. 도쿄 올림픽에도 통·번역사로 참여하고 싶어한다.

이웃 나라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은 이와타니에게 올림픽을 미리 체험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됐다. 이와타니는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일하며 일본인은 물론 영어권 외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관중들의 입장과 좌석 찾기, 퇴장을 돕는 것은 물론 아이스링크의 온도가 유지되도록 커튼을 치는 것도 이와타니의 몫이다. 경기장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속초 숙소에서 한국인·외국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는 "한국 친구들은 언제나 '이리와. 같이 가자'고 먼저 손을 내밀며 따뜻하게 대해준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가장 컸던 건 '정보의 부족'이다. 이와타니는 "한국에 오기 전 자원봉사자 안내메일을 받았는데 대략적인 정보는 영어였지만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숙소는 어디인지 등 세부정보는 한국어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에서도 한국어 설명은 이어졌지만 한국 동료들이 그때마다 영어로 번역해줬다고 한다.

이와타니는 올림픽 자원봉사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감흥을 준다"며 "다른 이들도 기회가 된다면 올림픽 자원봉사를 통해 비전을 넓히고 사고를 키우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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