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치매노모 상해치사 '징역10년' 판결 파기…대법 "증거 없다"

"범죄동기 없어…장롱에 부딪혀 다쳤을 가능성"
"1·2심 부검감정·추측진술에 의존…상해원인 심리해야"

[편집자주]

© News1
© News1

장기간 치매를 앓아온 노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아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가능성을 언급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법원이 부검감정서와 추측성 진술에만 의존해 모친에게 상해를 입힌 것으로 단정했다고 지적하면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해발생의 원인을 면밀하게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0월2일 오후 9시20분쯤 경북 성주군 자택에서 노모의 얼굴을 내려찍는 등 폭행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진 피해자는 사흘 뒤 뇌손상 및 경추골절 등으로 숨졌다.

A씨는 노모가 넘어져서 다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노모의 신체가 비교적 건강했던 점, 부검결과로 볼 때 폭행이 의심되는 점, 제3자의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그를 기소했다.

1, 2심은 A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은 검사 측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6년을 선고한 1심 형량보다 높은 징역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의관의 부검결과와 피해자의 몸에 넘어졌을 때 발생하는 찰과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상해는 폭행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당시 1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1, 2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증거 가운데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나머지 간접증거들을 종합해도 유죄의 증명력을 인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우선 재판부는 "술에 취한 상태였던 피고인이 당시 상황과 행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유죄의 간접 정황으로 삼기에는 부족하고, 응급실 담당의사가 폭행을 의심한 것은 단지 소견에 불과하다"며 "피해자와의 사이에 특별한 경제적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므로 범행동기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사고로 인한 상해 가능성을 주장한 법의학자 진술을 거론하면서, 부검감정서만으로 범죄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머리채를 잡고 여러 부위를 부딪치게 할 경우 발생하는 비산혈흔 자국이 집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몸에도 방어흔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피해자가 넘어져 방 안의 장롱 등에 부딪히면서 경추골절이 생겼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심리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주거지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어서 폭행 과정에서 소란이 있었다면, 가까이 모여사는 이웃들이 이를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당일 어떠한 소리도 들은 적이 없었다고 탐문수사에서 진술했다"며 "응급실 이송 직후 이뤄진 경찰의 현장 확인에서도 폭행의 흔적이나 이를 은폐하기 위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