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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구로·판교의 등대' 게임업계 '발등의 불'

'빅3' 게임사는 '이상무'…중소게임사 "52시간 부족해"

[편집자주]

매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 News1 여주연 기자
매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 News1 여주연 기자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가 구로와 판교의 야간근무를 사라지게 할지 미지수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소위 게임업계 '빅3'의 경우는 '주52시간' 체제에 맞게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지만 중소게임업체들의 경우는 '그림의 떡'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2월부터 야근과 휴일 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근로환경 개선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올해부터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하루 5시간만 근무하면 출퇴근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넷마블은 300명 미만인 개발 자회사들도 야근을 못하도록 전면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넷마블은 일부 게임들의 출시가 미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속도만으로 중국을 더이상 따라갈 수 없다"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근로시간 개선을 먼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넥슨 역시 오전 8시~10시 사이에 출근시간을 정하도록 하는 탄력적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맞춰 출퇴근시간과 의무근로시간이 아예 없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중이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1월부터 1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출퇴근 시간은 본인이 정하도록 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의 중소·중견 게임개발업체들이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게임 개발환경이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를 무조건 따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견게임사 대표는 "신작을 출시해야 안정적인 주가흐름을 유지하는데,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게임을 개발하려면 2~3년은 족히 걸린다"면서 "정상적인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모바일게임은 평균 개발기간이 5년씩 걸리는 PC게임에 비해 호흡이 매우 짧다. 1~2년 이내에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 퍼블리싱까지 해내야 한다. 심한 경우는 한달만에 개발하고 한달만 반짝 수익을 내는 게임도 있다. 매일 새로운 모바일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기간 내에 승부를 봐야 하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게임개발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게임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개발자들의 근무여건은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 중국 개발사들은 풍부한 개발인력으로 개발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단가까지 낮추고 있다. 매일같이 야근에 특근을 해도 값싼 인건비의 중국게임에 갈수록 밀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공개한 게임업계 개발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5시간으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반 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인 187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 야근논란을 빚은 한 중소게임사의 경우, 월간 300시간에 가까운 강제근무를 강요한 바 있다.

한 대형게임사의 팀장급 개발자는 "최근 야근일지와 기록을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강제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야근하는 것이 일상이 된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게임개발 환경이 특수해, 노동환경을 당장 개선하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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