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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결혼 안해줘서 폭로"…작가 하일지 '2차 가해' 논란

하 교수 "내용 외부 폭로 대신 강의실서 토론했어야"

[편집자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저자 하일지 교수(본명 임종주·62)가 자신의 대학 수업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와 '미투(#MeToo) 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하 교수는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해당 교수에게 공개 사과하고 문제가 된 발언에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하 교수는 강의 내용은 교권의 문제로 사과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5일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재학생 등에 따르면 해당 발언은 전날(14일)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 도중 나왔다. 하 교수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가해의혹 사건과 관련,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 '내연녀' 사이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졌고 JTBC가 보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이어 "피해자가 알고 봤더니 이혼녀더라. 오피스텔로 불러 3번인가 갔다고 한다"며 "처녀는 성관계를 할 때 심리적으로 두렵거나 낯설거나 해서 거부하는 그런 게 있다. 그런데 이혼녀는 처녀와 성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하는 게 다르다. 이혼녀도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해당 발언의 말미에 "요즘에는 이런 반론을 제기하면 안 될 말을 한다고 그런다. 큰일난다고"라는 말을 덧붙였다.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김씨가 실명을 밝히고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겠지. 질투심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에 더해 하 교수는 수업자료로 쓰던 소설 '동백꽃'이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따X으려는, 감자로 꼬시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강간한 것이다. 성폭행한 것이다.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 해당 발언 내용을 정리해 올리면서 알려졌다.

게시자는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2차가해를 눈앞에서 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며 "유명 정치인에게 강간을 지속적으로 당했고 용기를 내 실명과 얼굴까지 밝힌 피해자에게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가"라고 규탄했다.

해당 학과의 학생회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하 교수는 '미투운동'의 의도를 우롱했을 뿐만 아니라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를 언어적 폭력으로 재차 가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하 교수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발언에 따른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하 교수가 언행의 정당화를 위해 강조한 것은 표현의 자유·예술창작의 자유다. 그러나 여기서 '자유'란 행위의 '무한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교수의 입장은 학생을 올바른 학문적 중도로 인도해야 하는 교권자의 입장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소설은 인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우리는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 '미투운동'에 반박하면 공격을 당할 수 있는데 인간의 문제로 어쩌면 이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예로서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가해 의혹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민감한 예를 들기는 했는데 학생이 올린 글을 보니 내용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텍스트로 일일이 논쟁에 휩싸이는 것이 힘들다"며 "내 강의가 무단으로 밖으로 유출돼 논의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강의 내용은) 내 교권의 문제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사과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의실에서 어떤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지 밖으로 일부를 왜곡되게 유출해서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의실에서 사람에 따라 언짢게 들리는 말을 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밖에 폭로하는 것은 온당한가"라며 "그랬더라면 수업시간에 서로 토론을 했어야 한다. 때가 되면 학생들과 토론장에서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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