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미투 피해자 '2차 가해' 논란 소설가 하일지는 누구?

소설 '경마장 가는 길'로 문단에 충격 주며 등단

[편집자주]

소설 '경마장 가는 길' 표지(사진출처: 예스24)

소설가 하일지(본명 임종주·62)가 자신의 대학 수업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와 '미투(#MeToo) 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하일지 작가는 소설 '경마장 가는 길'로 1990년 문단에 충격을 주며 등장한 작가기도 해서 그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마장 가는 길'은 프랑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R과 그와 프랑스에서 3년 넘게 동거했다가 먼저 학위를 받고 서울에 돌아온 J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700쪽 가까운 분량 속에 두 사람의 만남과 일상을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치밀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긴 분량과 묘사에도 자신이 써준 논문 덕에 J가 교수가 되었고 그 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며 괴로워하는 R의 스토커적인 심리상태와 J의 대처가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어 R과 J가 다시 만난 첫날, 섹스를 요구하는 R의 요구를 J가 거절하자 R이 "네가 그렇게 거절하는 이데올로기가 뭐니?"라고 묻는다. 또 뭔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R은 입버릇처럼 프랑스어 욕인 '메흐드! 메흐드!'를 중얼거린다. 이는 각각 1980년대 이념과잉 시대와, 지식인의 위선과 욕망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면서 1980년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과 접근법을 가진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의 신호탄으로 평가받았다.

하일지 작가는 후속 작품으로 '경마장은 네거리에서' '경마장을 위하여' '경마장의 오리나무' '경마장에서 생긴 일' 등을 썼다. 경마장 가는 길은 1991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하 작가는 지난 15일 문예창작과 수업 중에 안 전 지사의 성폭력 가해의혹 사건과 관련,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 '내연녀' 사이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졌고 JTBC가 보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동덕여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 글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또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김씨가 실명을 밝히고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겠지. 질투심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에 더해 하 교수는 수업자료로 쓰던 소설 '동백꽃'이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따X으려는, 감자로 꼬시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강간한 것이다. 성폭행한 것이다.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소설은 인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우리는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 '미투운동'에 반박하면 공격을 당할 수 있는데 인간의 문제로 어쩌면 이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예로서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가해 의혹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민감한 예를 들기는 했는데 학생이 올린 글을 보니 내용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텍스트로 일일이 논쟁에 휩싸이는 것이 힘들다"며 "내 강의가 무단으로 밖으로 유출돼 논의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강의 내용은) 내 교권의 문제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사과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의실에서 어떤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지 밖으로 일부를 왜곡되게 유출해서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하일지 문예창작학과 교수(본명 임종주)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어 있다. © News1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하일지 문예창작학과 교수(본명 임종주)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어 있다. © News1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