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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순환출자 전면해소…'백기사' 등 인위적 지분매각 안한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화재의 물산 지분 매각해 순환출자 해소

[편집자주]

 
 

데드라인은 오는 8월26일.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전면 해소를 위해 분주하다. 삼성·현대차·SK·LG 4대그룹 중 현대자동차그룹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 해소 방침에 서둘러 화답하면서, 재계에선 삼성그룹 홀로 덩그러니 남게 됐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과거와 같이 인위적으로 백기사를 선정해 지배 지분을 지키는 작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순환출자 해소를 두고 공정위 로비 의혹을 받았고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삼성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해 삼성의 결정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여기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연일 삼성의 더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쓴소리를 던지며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 시한은 지난 3월 말까지였다. 김 위원장은 최근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간 이해상충방지 장치를 어떻게 구축할지 답을 내놔야 한다"며 "오랜 시간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 CEO간담회에서도 "최대한 기다리겠지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서둘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의 압박에다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이 앞다퉈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삼성의 부담도 커졌다. 당국의 기대에 부응해 '오케이' 사인을 받을지도 불확실하다. '삼성은 뭐하고 있느냐'는 여론의 질타도 부담이다. 삼성이 순환출자 전면 해소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2년 전 삼성SDI의 삼성물산 500만주 매각 결정은 잘못됐다"며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2.1%) 추가 매각 명령을 내렸다. 지난 2015년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를 순환출자 '강화'로 판단했지만, '형성'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삼성의 청탁에 따른 잘못된 판단이었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차원이다.

삼성SDI는 8월26일까지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처분해야 한다. 5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삼성은 매각 명령을 받은 삼성SDI뿐 아니라 삼성전기(2.61%), 삼성화재(1.37%)가 들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도 팔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계열사의 7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내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지분을 팔아도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이유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현재 30%가 넘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6.1%가 없어도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남은 문제는 삼성물산 지분을 누구에게 매각하느냐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인수 가능성을 점친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9.2%, 711만6555주)을 일부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과거 KCC와 같은 우호적인 '백기사'에 매각하는 안도 있지만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낮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처럼 인위적으로 '백기사'를 정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누가 지분을 가져가도 오너 일가의 지배 지분에는 별 영향이 없고 이 부회장 재판 등으로 과거와는 내부 판단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관 대상 블록딜을 추진하고 남은 물량을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계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나선 다른 대기업과 비교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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