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자산 매도세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이창용 IMF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9일 밝혔다.
이 국장은 이날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그 이유로 "(이런 사태가) 국내 요인때문에 촉발된 것도 아니고 아시아가 과거보다 더 강한 완충장치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필리핀 페소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인도 루피는 올해 고점에서 각각 5∼6% 하락했다. 이 세 국가는 경상 수지 적자로 인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외부적으로 취약한 국가로 평가된다.
이에 더해 미 국채 금리가 3%에 육박하고 국제 유가가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자금 이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창용 IMF 국장은 현재의 상태가 '자연스런 조정'이라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때보다 세 나라의 사태 대처 여력이 많은 만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에서는 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있으며, 1997년 당시보다는 유동적 환율 체계에 의지할 여지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이어 "아시아 통화 위기 이후 30년 동안 각국은 경상수지를 강화하고 외환 보유액을 더 늘렸다"면서 "(인도네시아 등의) 환율 압력은 국내 요인보다는 글로벌 금융 조건 강화에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IMF는 또 이날 발표한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의 성장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국제 금융이 갑자기 긴축되고 시장 조정이 이루어지고 보호 무역 정책 기조로 바뀌는 상황에 여전히 취약할 것이라고 보았다.
IMF는 올해와 내년 아시아가 5.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에서 0.1% 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3.0%, 2.9%로 유지했다. 중국도 각각 6.6%, 6.4%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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