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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분 10만명 정규직 전환했지만…임금체계 개편 여전히 표류

정부 '직무급제' 도입 vs 노동계 '호봉제' 적용
"임금체계 개편 기구 구성 및 공론화…해외 참조해야"

[편집자주]

이성기 고용노동부차관(가운데)이 지난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2017.7.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성기 고용노동부차관(가운데)이 지난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2017.7.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결정이 1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려는 임금체계 개편이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임금체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직무급제' 도입은 기존의 호봉제 유지를 요구하는 노동계의 반발로 멈춰섰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분 임금체계 개편을 좀더 세밀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를 통한 사회적 협의 진행과 독일·영국 등 선진국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1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공공부분 직무급제 도입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제자리 걸음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정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직무급제)'을 마련했다.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전환자들에 대해 호봉제를 적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기관마다 연봉 차이가 천차만별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에 따라 1급(단순 노동직)~7급(기술직)으로 나누고, 근무연수와 업무 평가로 임금 단계(1~6단계)를 정하는 방식이다. 업무성격과 난이도를 본다는 점에서 매년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와는 다르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직무급제 모델을 면밀히 보면 1단계에서 6단계까지 오르는데 보통 15년이 걸리지만, 임금 상승률은 10%가량에 그치는 등 호봉제와 차이가 커 정규직 전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2020년까지 20만5000명(3월말 10만1000명 달성)의 공공부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비용부담이 예상되는만큼 임금체계 개편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전환자 모두 다 호봉제를 적용할 순 없다"며 "현재로선 노동계와의 협의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임금체계 개편에 좀더 체계적으로 다가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정규직 전환노동자 임금체계 설계 방안' 연구를 통해 "사회적 협의 진행 및 국민적 공론화, 추가적인 연구 및 개발 등이 필요하다"며 "정부 내에 임금체계 개편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오 소장은 영국의 '임금평가기구'(Pay Review Bodies, PRBs)를 예로 들었다. 독립적인 전문가 제3의 기구인 PRBs는 노사정이 제출한 자료와 면밀한 현장조사 등을 통해 각 공공부문의 임금체계를 마련·권고한다.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등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혁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주요 국가의 공공부문 임금체계' 연구를 한 정승국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부문 임금체계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를 대상으로 직무급의 표준적인 설계안을 만든 것은 중요한 의미"라며 "하지만 갈등이 상당함에 따라 해외 공공부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해외사례를 보면 직무평가의 방법, 직무등급의 등급수, 승급의 방식, 등급구분의 원리, 등급 간 임금격차 등에서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다"며 "독일과 영국은 임금체계 등에서 차이가 있으나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임금체계의 통일, 남녀 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등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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