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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北외교 전략은 교활하고 정교…챙길건 다 챙겨"

"북한 외교 강하다…생존 문제라 기본적 절박"
벼랑·저팔계식·시간끌기 외교 대응전략 필요

[편집자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2017.3.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2017.3.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016년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14일 최근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온 북한의 외교에 대해 "사실은 교활하고 정교한 전략"이라며 시간끌기 기만극에 또다시 당하지 않기 위한 신중한 대응 전략을 촉구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언론에 공개한 첫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남측 인사들은 언제나 북한이 생존의 절박함에 쫒겨 불가피하게 극단으로 치닫는다고 말했지만(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은 시간끌기 기만극"이라며 이는 김대중 정부의 결정적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한미로부터 경수로 건설 약속을 얻어낸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도 북한 외무성은 비용 문제를 걱정하는 내부의 반발에 '시간을 벌기 위해 사기를 치고 있으니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대응했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미국의 압박은 2005년 9. 19 공동성명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됐지만 영국을 통해 미국의 행보를 예측한 북한은 있는 대로 배짱을 부렸다"며 북한이 핵 외에 인권문제에서도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05년 9월 북핵 6자 회담에서 나온 9.19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IAEA(국제원자력기구)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듬해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제재하면서 북한은 6자회담을 탈퇴했고 결국 그해 10월 1차 핵실험까지 실시했다.

태 전 공사는 9·19 공동성명이 나오는 과정까지 "북한은 배짱은 배짱대로 튕기면서 챙길 것은 다 챙겼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한미를 다루는 김정일 위원장의 능력이 "대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북한 외교가 강한 이유는 '벼랑 끝 외교'란 표현이 상징하듯이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외교이기 때문에 절박하다"며 "김정일의 외교 원칙은 중국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도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을 다 챙기는 외교"라며 정의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모무 장성택을 처형한 이유는 "경제적 이권"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은) 모든 재력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야 하는데 북한의 경제적 이권 대부분은 장성택이 쥐고 있었다"며 "장성택은 이권을 넘기느냐, 계속 쥐고 있느냐 선택해야 했다. 김정은이 가차 없이 처형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장성택이 경제적 이권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을 공급하는 공급처"라며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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