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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의식 실종…디지털장의업체-음란사이트 유착 정황

제휴문의로 먼저 접근해 윈윈 언급…의혹 업체 “혐의 부인”
경찰, 음란물콘텐츠 주요 공급 사이트 수사 확대

[편집자주]

국내 최대규모로 알려진 음란사이트 '야딸티비'범행 개요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국내 최대규모로 알려진 음란사이트 '야딸티비'범행 개요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스튜디오 비공개촬영회 사진의 대량 유포처로 지목된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야딸티비'에 디지털 장의업체가 사진 게시물 삭제 권한을 독점하거나 사이트 측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정황이 드러나 관련업계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장의업체가 사진 게시 피해자 측으로 부터 수수료를 받고 사진을 삭제해주고 사이트 운영자에게는 배너광고를 주는 대가로 사진삭제 업무를 독점하는 등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게시물을 대신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직업윤리 기준부터 마련되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디지털장의업체 대표 박모씨(36)는 유튜버 양예원씨의 비공개 촬영회 노출 사진이 올라온 음란사이트에 게시물 삭제업무를 독점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박씨와 야딸티비 사이트 운영자가 나눈 해외SNS 대화내용을 살펴보면 박씨가 주도적으로 접근해 배너광고를 언급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운영자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타 사이트에서 스튜디오 비공개촬영회 사진과 각종 음란물 콘텐츠를 대용량으로 사들여 자신이 운영하는 음란사이트 야딸티비에 대량유포했다.

피해자들은 디지털 장의업체를 통해 돈을 지불하고 일부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주요 공급처는 버젓이 남아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방안이 요구된다.

◇혐의 부인했지만…디지털 장의사 SNS서 '단순 광고주 아닌 윈윈(Win-Win) 원해' 언급

지난 3월 8일 박씨는 먼저 사이트 운영자 이모씨(40)에게 제휴문의 글을 남긴 이후에 해외 SNS 메신저로 접촉했다.

디지털장의업체 대표 박씨는 SNS메시지를 통해 '단순 배너 광고주가 아닌 윈윈하고 싶다'고 노골적인 결탁의사를 밝혔다.

박씨는 '그렇다고 (의뢰가)많이 들어오는 건 아니니 디지털 (광고)배너를 달지 여기(음란사이트)에 공지사항이나...'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박씨가 '디지털 배너를 다는 건 이상할꺼 같기도 하죠'라고 묻자 운영자 이씨는 '상생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운영자 이씨가 이후 '사이버○○관리사(업체)에서 대표 위임을 운운하면서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한다'라고 묻자 '위임한 적 없다. 그 누구에게도 위임하지 않는다. 앞으로 타 업체에서 사칭할 경우 강퇴 바란다'는 대화를 나눴다.

경찰은 이같은 대화내용과 금융거래계좌 내역을 통해 디지털 장의업체가 먼저 접촉했고 게시물 삭제업무 독점행위를 주도적으로 형성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같은 대화가 오간 뒤 사이트 공지사항에는 '본인 확인 절차 등을 대행할 수 있는 한국 내 인터넷상의 기록 삭제 업무를 하는 사이트를 통해 정식으로 본 사이트에 게시물 삭제 요청시 운영진 확인 후 처리해 드리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 밑에는 박씨가 운영하는 디지털장의업체 주소가 소개됐다. 이씨는 포털사이트에서 디지털 장의사를 검색했을때 최상단에 올라온 업체라서 주소를 남겼고 다른 업체에 의뢰해도 된다는 내용을 남겼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게시물 삭제의 경우 해당 업체가 거의 독점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박씨가 비트코인 대행업체를 통해 운영자 이씨가 지정해준 전자지갑 주소로 600만원 상당의 배너광고료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디지털장의사가 게시물 삭제업무와 관련해 경찰에 입건된 뒤 사전구속영장까지 신청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는 광고료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주도적으로 게시물 삭제 업무을 독점하려 했거나 대가성 금품제공 사실에 대해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디지털 장의업체는 현재까지도 피해자들을 위한 사명감으로 한 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때문에 '잊혀질 권리'를 보호해주고 고통받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는 데 기여하는 디지털 장의사의 직업윤리기준과 제재방안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지고있다.

◇회원제 관리 주요 공급처 사이트 2곳 경찰 내사…수사 확대 예고 

음란사이트 운영자는 54만여명 회원을 둔 야딸티비 외에도 유피센터, 토업 등 사이트 3개를 동시에 관리했다.

사이트 3곳이 보유한 회원 수는 모두 약 85만명에 달했고 하루 방문자는 회원과 비회원 모두 합하면 20만명에 이르렀다.  

문제는 해당 음란사이트에 올려진 디지털 장의업체가 게시물을 삭제한다고 해서 유출된 원본이나 재유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운영자 이씨는 철저한 비밀회원제로 운영되는 타 음란사이트에 수 백만원을 주고 가입한 뒤 VIP 등급을 받아 각종 콘텐츠를 확보했다. 

이씨는 회원제 사이트에서 대용량의 스튜디오 비공개촬영회 사진과 아동음란물, 일반음란물 등 각종 콘텐츠를 구입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만들어 유포했다.

이씨는 수사기관이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기 위해 미국 서버임대업체에 의뢰해 사이트를 개설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임대업체는 합법적으로 돈을 받고 서버를 빌려주지만 이용자가 음란물 유포등 불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긴밀한 협조로 이들 추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장의업체에 돈을 주고 의뢰해 게시물을 삭제하지만 이는 단순한 '블라인드처리' 효과에 불과하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삭제를 요구하고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디지털 장의업체에 의뢰했던 이유는 그만큼 해당 음란사이트에 주변 지인이나,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회원제로 관리하면서 각종 음란물 콘텐츠를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관련 사이트 2곳에 대해 내사를 진행중이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국내 최대규모의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약 5억원 상당의 광고료를 챙긴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관한 특례법 위반, 음란물 유포 등)로 음란사이트 운영자 이씨를 구속하고 프로그래머 이씨(33)등 6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운영자 이씨를 상대로 배너 광고료를 지급한 대가로 불법 유출된 스튜디오 비공개촬영회 사진 삭제업무를 독점한 혐의(방조)로 디지털장의사 D씨(35·IT업체 대표)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이날 오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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