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4일 오전 2박4일간의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8.6.24/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동력을 이어가려던 문재인 대통령이 숨가쁜 강행군 끝에 결국 감기 몸살에 걸려 휴식을 취하게 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등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 감기몸살에 걸렸다"며 "청와대 주치의는 대통령께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밝혔다.
실제 문 대통령의 최근 한달간 일정은 한마디로 '무리한 강행군'으로 정리된다. 먼저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1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찾았다. 왕복 10시간이 훨씬 넘는 비행에다 시차적응도 하기 힘든 '하룻밤' 워싱턴 출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한국으로 돌아온 지난달 2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신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문 대통령은 여독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 채 다시 초긴장 상태로 업무를 봐야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긴급 소집해 심야회의도 열었다.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야말로 '깜짝'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또 이튿날에는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는 한편,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대응하느라 쉴 시간 없이 숨가쁘게 달려왔다'면서 7일 하루 연차휴가를 사용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이낙연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을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6.12/뉴스1 |
이 결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은 지난 12일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제7회 동시지방선거일로 법정 공휴일이던 13일 반려견과 함께 북악산에 올라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뒤 첫 외교무대로 러시아를 택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2박4일'이라는 빡빡한 일정으로 21일 러시아를 국빈방문했다.
특히 '역대 대통령 첫 원정 월드컵 응원'을 위해 공군1호기를 타고 이동, 한국-멕시코전을 '직관'하고 라커룸을 찾아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진을 격려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다만 문 대통령이 매주 월요일마다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지 않았던 25일만 해도 문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은 부각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날 예정돼 있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와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 접견을 이례적으로 전격 취소하면서 불거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때까지만 해도 "여러분들이 접촉 안 한 시간이 얼만지 정확히 모르지만 저는 자주 뵙고 있다"며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일정 취소를 두고 '건강이상설'부터 3차 남북정상회담설까지 여러 해석이 나오자 청와대는 그제서야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실토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28일과 29일 일정도 취소됐다. 당초 28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 접견과 시도지사 당선인 만찬 등이 예정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