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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치매뇌' 최초 개발한 조한상 교수 "치매정복 앞당긴다"

[바이오 프런티어] 美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기계학과 교수

[편집자주]

조한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교수. © News1 박지수 기자
조한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교수. © News1 박지수 기자

'치매' 신약개발에 도전했던 수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지난 수십년간 임상시험 문턱에서 쓴맛을 봤다. 인간의 복잡한 뇌구조 때문이다. 동물실험에서 치료효과를 확인했더라도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에선 통하지 않았다. 뇌는 일반 다른 장기와 달리 관찰이 어렵고 수많은 뇌신경세포와 혈관이 빽빽하게 얽혀있어 치매는 아직 발생원리조차도 완벽히 규명되지 못한 질환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치매'를 '영원한 난제'로 지칭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인 과학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타래를 풀어 주목받고 있다. '인공치매뇌' 칩을 개발한 조한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기계학과 교수(4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일 조한상 교수는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개발한 '인공치매뇌' 칩에 대해 "알츠하이머 치매 정복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한상 교수는 하버드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의 뇌속과 유사하게 구성한 '인공치매뇌'를 손톱만한 칩으로 세계 최초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칩은 치매신약을 개발하고 치매 원인을 규명하는데 사용된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과 한국 산·학계 등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칩에 대한 연구논문 '인간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신경퇴행과 신경염증 3차원 모델'은 지난 6월 세계적인 뇌과학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렸다.

조 교수는 오는 9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뇌과학회인 '소사이어티 포 뉴로사이언스' 초청을 받아 해당 논문을 발표한다. 현재 UC 샌프란시스코, 다국적제약사 머크(MSD)·GSK와도 추가 공동연구 계약을 추진 중이며 서울대 의대 등과도 차기 모델 개발을 공동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 교수는 "치매는 발병 과정이 복잡하다"면서 "실험용 치매모델 실험쥐는 단순히 특정 치매단계에 머물러 있고 사람 뇌하고 복잡성이 달라서 실제 임상시험에서 약물작용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 교수는 사람의 뇌세포를 심어놓은 칩을 개발하기로 작정한 것. 조 교수는 "마치 치매환자의 뇌처럼 만들어놓은 이 칩에 치매 치료물질을 투여한뒤 현미경으로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면서 "이 칩으로 치료효과를 확인한뒤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치매 치료제를 좀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일부 발췌와 '인공 치매 뇌 칩 모식도'. 초록색 동그라미가 뇌세포, 파란색이 성상교세포, 보라색이 미세아교세포이다. 각각 안쪽 원과 바깥쪽 원 챔버에 들어있다. © News1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일부 발췌와 '인공 치매 뇌 칩 모식도'. 초록색 동그라미가 뇌세포, 파란색이 성상교세포, 보라색이 미세아교세포이다. 각각 안쪽 원과 바깥쪽 원 챔버에 들어있다. © News1

◇ 실제 치매환자 뇌처럼 만들어진 칩

넓이 1.5X1제곱센티미터(cm²)로 손톱크기에 불과한 이 칩은 PDMS(실리콘 계열 신축성 고무) 재질로 만들어졌다. 이 칩안에 심어진 뇌세포를 통해 치매원인 '베타 아밀로이드' 분비와 이를 제거하는 성상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되는 과정 그리고 뇌세포가 죽을 때 분비되는 '타우' 물질 침전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반도체칩 개발기술로 만든 이 칩의 크기와 여기에 들어가는 각 세포들의 성장 크기가 딱 들어맞아 가능했다고 한다. 신약물질을 이 칩에 떨어뜨리면 어느 단계에서 약물이 반응을 하는지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

칩은 2개의 구획(챔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구획마다 서로 다른 뇌세포가 담겨있다. 한 챔버에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분비되는 '뇌세포'와 사람 뇌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성상교세포'를 3차원 기술로 배양시켜 넣었다. 다른 챔버에는 '미세아교세포'를 넣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치매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확인된 원인물질이다. 그래서 수많은 제약사들이 이 원인물질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중이다. 이 물질이 뇌세포에 축적되면 뇌속 면역세포인 '성상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이를 제거한다. 그러나 '베타 아밀로이드'가 계속 축적되면 성상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결국 뇌세포를 죽여 치매를 일으킨다.

조 교수가 만든 칩도 이같은 작용기전이 일어나도록 만들어놨다. 칩안에서 세포를 인위적으로 키워서 '베타 아밀로이드'가 분비하도록 한다. 이것이 분비되면 소총수 역할을 하는 '성상교세포'와 탱크부대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된다. 그러면서 뇌세포는 서서히 죽는다. 따라서 이 칩은 치매 초기단계에서부터 후기단계까지 현미경으로 모든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실제 치매환자 뇌구조의 축소판인 셈이다.

조 교수는 "치매가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칩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치매 원인 파악과 해결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상 교수는
조한상 교수는 "인공치매뇌 칩이 치매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News1 박지수 기자

◇"치매정복 위한 추가 연구개발 지속할터"

기계학 전공자인 조 교수는 의·생물학도조차 쉽지않은 뇌과학 분야에서 이같은 성과를 낸 것에 대해 전공간 장벽을 허물었던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친뒤 2005년부터 미국 버클리대 바이오엔지니어링 박사과정을 밟아 암세포를 키우는 칩 개발을 연구했다. 이후 2010~2014년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거친 뒤 현재 몸 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로 왔다.

칩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버클리대 재학 당시 접했다. 그러나 뇌과학과는 완전히 별개 분야였다. 조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박사후 과정에서 혈관면역세포 관련 칩을 만들고 있었는데, 같은 건물의 뇌과학팀과 자주 만났던 것이 계기가 됐다"며 "서로 뜻이 맞아 연구해오던 것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조 교수는 이밖에도 다양한 치매 원인분석과 약물 치료효과 극대화 해결을 위해 뇌속 약물 전달 경로인 '혈관 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 관련 칩 연구 등을 진행하며 치매정복을 위한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그는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치매분야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치매 치료의 교두보로서 큰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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